대통령 직속 국회헌법자문특위(특위)가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개헌 자문안을 보고했다. 최대 쟁점인 권력구조는 대통령 4년 연임제를 택했다. 30년 넘은 현행 헌법이 시대 변화에 뒤처진다는 지적에 따라 정보인권과 생명권을 명문화하고 쾌적한 생활권 보장 수준이던 환경권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했다. 이 밖에 대통령 결선 투표제, 감사원 독립기구화, 부마항쟁 및 5ㆍ18 민주화운동 등의 전문 포함, 지방분권 강화 등도 담았다.
이번 자문안은 특위가 각종 토론회와 시민 2,000명의 심층면접 조사를 거쳐 마련했다. 응답자의 93.4%가 개헌에 찬성했고 69.9%가 대통령제를 지지했다. 개헌 시기에 대해선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해야 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문 대통령은 이런 결과를 보고받고 “대통령 개헌안을 조기 확정해 국회와 협의하고, 국회의 개헌 발의를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21일 개헌안을 발의할 계획”이라며 “60일의 국회 심의기간을 보장하려면 이때는 발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한다면, 1980년 이후 38년 만에 처음이다.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다짐은 대선 당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자유한국당이 ‘6월 개헌’을 물리적으로 막더라도, 한국당이 무산 책임을 지게 되리란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되는 순간,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정쟁의 소용돌이에 말려들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대통령제를 담은 자문안 발표만으로도 이미 정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이 대통령을 뽑고 국회가 총리를 선출하는 혼합정부제를 선호하는 야당은 물론,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마저 제왕적 대통령제를 존속시키는 데 반발했다.
이번 자문안이 기본권과 지방분권 등 시대정신을 제대로 반영했다고는 하나 정치권과 국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안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대통령이 개헌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어디까지나 국민 대의기구인 국회가 개헌작업을 주도하는 게 옳다. 원칙이 그럴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헌법적 요건을 충족시킬 현실적 방안도 없다.
물론 국회가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움직임을 비판하기만 하는 것은 꼴불견이다. 여야는 개헌특위를 만들어 놓고도 허송세월을 거듭하며 논의를 진척시키지 못했다. 6월 개헌은 지난 대선 때 모든 정당이 약속했는데도 공약을 지키려는 노력은 빠뜨린 채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준비만 비난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특위의 자문안은 대체로 쟁점을 잘 정리했다. 야당이 반발하는 권력구조도 대통령 인사권ㆍ예산권ㆍ감사권 등을 국회에 대폭 이양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접점을 찾지 못할 것도 아니다. 여야는 6월 개헌이든 10월 개헌이든, 대승적 결단으로 구체적 개헌안을 다듬는 일을 서둘러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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