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이 지난 1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16강전에서 승리한 뒤 포효하고 있다./사진=라코스테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김정희]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6위·한국체대)이 니시코리 게이(25위·일본)를 제치고 '아시안 톱 랭커' 자리를 예약했다.
정현은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 웰스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NP 파리바오픈(총상금 797만2535 달러^한화 약 87억7000만원) 단식 3회전에서 토마시 베르디흐(15위·체코)를 2-0(6-4 6-4)으로 꺾었다. 베르디흐는 2015년 세계 랭킹 4위까지 올랐던 선수로 투어 대회 단식에서 통산 13차례 우승한 경력이 있다.
정현은 이 대회 전까지 베르디흐와 두 차례 만나 모두 0-2로 졌으나 세 번째 맞대결에서 1시간 23분 만에 통쾌하게 설욕했다.
정현의 16강 상대는 파블로 쿠에바스(34위·우루과이)로 정해졌다. 올해 32세인 쿠에바스는 2016년 세계 랭킹 19위까지 올랐던 선수로 정현과는 이번이 첫 대결이다.
정현이 쿠에바스를 꺾고 이 대회 톱 시드인 로저 페더러(1위·스위스)가 제러미 샤르디(100위·프랑스)를 물리치면 정현은 지난 1월 호주오픈 4강에서 만난 페더러를 8강전에서 맞붙는다.
정현은 상금 8만8135 달러와 랭킹 포인트 90점을 확보했다. 마스터스 1000 시리즈급인 이 대회 16강에 오른 정현은 이로써 이 대회가 끝난 뒤 발표되는 다음 주 세계 랭킹에서 24위에 오르게 됐다. 이는 한국 선수 역대 최고 랭킹 기록이 된다.
또 현재 아시아 선수 가운데 세계 랭킹이 가장 높은 니시코리는 이번 대회에 출전할 예정였으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출전 계획을 철회했다. 니시코리는 다음 주 세계 랭킹 30위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대 들어 아시아 국적으로 세계 랭킹이 가장 높았던 선수들로는 이형택(42)을 비롯해 파라돈 시차판(39·태국), 루옌쑨(35·대만), 니시코리 등으로 이어져 왔다. 이 가운데 이형택과 시차판은 은퇴했고 루옌쑨은 현재 세계 랭킹 86위다.
물론 현재 순위의 '아시안 톱 랭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뿐이다. 아시아 남자 선수의 역대 최고 세계 랭킹은 니시코리의 4위,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은 역시 니시코리의 2014년 US오픈 준우승이다.
정현은 1세트 게임스코어 3-1로 앞서다가 이후 내리 3게임을 허용하며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게임스코어 3-4로 뒤집힌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는 0-40으로 몰리면서 1세트를 내줄 위기였다.
하지만 정현은 이때부터 착실히 포인트를 따내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켰고, 이후 오히려 두 게임을 더 연달아 따내며 경기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5-3으로 달아날 기회를 놓친 베르디흐는 4-4에서 맞선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심판에게 강력히 항의하는 등 평정심을 잃은 모습이었다. 기세가 오른 정현은 2세트에서도 게임스코어 1-1에서 상대 서브 게임을 또 브레이크하며 승기를 틀어쥐었다.
정현은 이날 첫 서브가 시속 200㎞를 기록하며 188㎞에 그친 베르디흐보다 더 빨랐다. 세컨드 서브도 시속 157.7㎞로 146.5㎞의 베르디흐를 앞섰다.
김의기 기자 show902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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