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백색 희귀 광물인 리튬의 몸값이 상종가를 치고 있다. 4차 산업 핵심인 2차 전지 주요 소재로, 사실상 검은 색의 석유를 대체할 ‘하얀 석유’로도 각광 받고 있다.
13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톤당 5,851달러였던 탄산리튬 가격은 2016년 7,699달러를 거쳐 2017년엔 1만3,719달러까지 치솟았다.
리튬의 이런 가격 상승에는 역시 4차 산업의 대표 분야로, 이제 막 개화기에 들어선 전기자동차가 자리잡고 있다. 전기차를 움직이는 배터리에 리튬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자동차는 중국이 세계 최대 시장이기도 하다. 장기 집권의 길로 들어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대기 환경 오염 방지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중국 내 전기차 대량 생산이 예고된 상태다. 리튬은 스마트폰엔 30g이면 충분하지만 전기자동차엔 최대 60㎏까지 들어간다.
사실, 리튬의 가치는 지난 1990년대부터 증명됐다. 일본의 대표 가전 업체인 소니는 1991년 휴대용 미니 카세트 기기 ‘워크맨’의 모터 구동을 위해선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해 리튬 배터리의 본격적인 상용화에 들어갔다. 이전까지 배터리에 사용됐던 납에 비해 20배 이상 가벼운 리튬의 상용화는 휴대용 전자제품의 배터리 무게와 크기를 획기적으로 개선시켰다.
하지만 순수한 리튬을 수확하기란 쉽지 않다. 금속 상태로 존재하는 납이나 금과 달리, 다른 원소와 결합한 화합물로 존재하거나 염소 음이온 등과 섞여 바닷물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리튬은 크게 광산과 진흙, 염호(소금 호수) 등에서 얻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염호 리튬은 광산이나 진흙에서 얻어진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채굴 비용이 저렴하다. 특히 세계 최대 매장국인 칠레의 리튬은 주로 염호에서 추출되는 데다, 건조한 기후로 채굴까지 쉽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다. 삼성SDI와 포스코 컨소시엄이 지난 9일 미국, 중국, 캐나다 등 총 7개국 12개사와의 경쟁 끝에 칠레 생산진흥청으로부터 자국내 리튬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된 게 주목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이라도 하듯, 지난해 칠레산 탄산리튬 수출은 전년대비 49.3% 늘어난 6억8,000만달러에 달했다. 칠레는 세계 리튬의 약 47%인 75억톤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정치적 환경 또한 칠레 리튬 사업에 긍정적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출범한 칠레의 피녜라 2기 행정부는 광업 다각화 계획을 통해 리튬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25년까지 글로벌 시장의 리튬 수요가 현재 3배 수준인 57만톤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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