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함과 ‘썸’은 이제 지겹다?
20대 청춘남녀의 사랑 대신 중년의 농밀한 사랑이 드라마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부부 사이의 권태, 중년 독거남의 애환, 직장인 기혼 여성의 고충 등 현실적 소재를 바탕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TV 시청자들의 고령화에 따른 변화라는 분석이 따른다.
시청률 6~7%대를 기록 중인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는 결혼 생활에 권태를 느끼는 앵커 고혜란(김남주)이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남편의 견고한 사랑을 느끼고 부부간 관계를 재정립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시댁과의 갈등, 직장인 여성의 애환 등을 버무려 맞벌이 중년 여성의 현실을 반영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고 있다. JTBC의 한 관계자는 “‘미스티’는 사랑의 시작이 아니라 사랑이 변하는 과정을 다룬다”며 “결혼 후 여성이 변하는 모습, 남편과 다시 사랑하는 설정들이 기혼 중년층의 감성을 자극한 듯하다”고 말했다.
중년 싱글을 위한 드라마도 있다.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는 40대 ‘돌싱 남녀’의 애환과 여전히 청춘 같은 중년의 연애 감정을 묘사하고 있다. 시청률 10%대를 기록하며 안방극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21일부터 방송하는 MBC 수목드라마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 다음달 방송 예정인 KBS2 월화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 역시 3040세대가 로맨스의 주인공이 된다.
시장의 논리가 작용하며 중년의 사랑이 인기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방송 관계자들은 중년층 시청자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한다. 온라인 플랫폼으로 영상콘텐츠를 소비하는 20대와 달리, 중년 시청자들은 TV로 본방송을 시청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스티’ 역시 20대보다 3040세대 기혼 여성층에서 시청률이 높게 나온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TV에 익숙한 시청자의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중년 로맨스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과거 중년의 사랑은 젊은 주인공 이야기의 곁가지로 취급되거나, 수동적인 모습으로 그려졌다. 반면 요즘 ‘어른들의 사랑’은 좀 더 주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키스 먼저 할까요?’는 듬성듬성 흰머리가 나고 눈가에 주름이 진 배우 감우성의 모습으로 중년 시청자의 공감을 부른다. 드라마 홍보사의 한 관계자는 “예전엔 어른 멜로라 하면 불행한 어느 중년여인이 연하 남성에게 사랑 받는 식의 판타지로 그려졌다”며 “요즘은 경험과 연륜이 묻어나는 솔직한 사랑이 공감을 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공희정 평론가는 “어른 멜로를 깊이 있게 표현하다 보면 불륜 등 막장 소재가 섞이기 쉽다”며 “이혼 등으로 상처 입은 사람들의 치유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면 젊은 시청자까지 수용하며 보편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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