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의 회계원’으로 불린 전직 나치 친위대원(SS) 오스카어 그뢰닝이 9일 96세로 사망했다.
12일(현지시간) 독일 DPA통신 등은 독일 하노버 검찰이 그뢰닝이 사망한 사실을 그의 변호인으로부터 확인했다고 전했다.
독일에서 은행원으로 일하던 그뢰닝은 21세의 나이로 나치의 무장 친위대 ‘바펜 SS’에 자원입대, 1942년 아우슈비츠 수용소 경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수용소에서 2년여간 근무하면서 수용자들의 짐을 압수하고 금품 액수를 계산해 베를린의 SS 본부로 보내는 역할을 맡아 ‘아우슈비츠의 회계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1941~1945년 아우슈비츠에서는 100만명 이상의 유대인이 사망했다.
그뢰닝은 1944년 5, 6월 아우슈비츠로 보내져 목숨을 잃은 헝가리 출신 유대인 30만여명에 대한 살인 방조 혐의로 2015년 7월 징역 4년형을 선고 받았으나 실제 복역은 하지 않았다. 변호인측이 구순 노인의 수감을 ‘생명권’위반이라며 항소했고,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에서 형이 확정된 이후에도 선처 탄원서를 내는 등 복역 회피에 애썼다. 결국 단 하루도 수감 생활을 하지 않은 채 생을 마감하게 됐다.
그는 생전에 “누구도 아우슈비츠에 가담해서는 안 됐다. 내가 더 일찍 깨닫고 행동하지 못한 것을 진심으로 후회한다”며 ‘도덕적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법적 책임은 “법원 결정에 달린 일”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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