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80년대 성추문 의혹
뉴욕 메트 자체조사서 “사실”
세계적 지휘자 제임스 레바인(74)이 40년 이상 일해온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메트)로부터 12일(현지시간) 해고 통보를 받았다. 1960∼80년대 벌어진 성추행 의혹으로 정직된 지 3개월여 만에 이뤄진 조치다. 성 추문이 메트의 자체 조사에서 사실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날 메트는 “레바인이 메트에 재직하기 전과 재직하던 기간 성추행에 연루됐다고 믿을만한 증거를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또 “이에 따라 레바인이 메트에서 계속 일하는 게 부적절하고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레바인과의) 관계를 종료한다”고 덧붙였다. 메트는 관련 조사를 위해 전직 검사를 고용하는 한편, 70여명의 관련자를 면담했다.
레바인의 성추행은 미국의 성추행 폭로 파문인 ‘미투’ 캠페인이 한창 진행되던 지난해 12월 언론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일리노이 주의 한 40대 남성이 15세 때인 1985년 레바인으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며 경찰에 낸 고발장이 뉴욕포스트에 보도되면서 비롯됐다. 이어 수십 년 전 10대 때 레바인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다른 남성 2명의 폭로가 뒤따랐다.
레바인은 1972년 메트의 수석지휘자가 됐고 1976년 음악감독으로 취임하는 등 세계 최고의 오페라단 중 하나로 손꼽히는 메트에서 2,500회가 넘는 공연을 지휘한 전설적 마에스트로였다. 파킨슨병으로 2015~16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명예 음악감독 직을 유지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성 추문으로 지난해 12월1일 베르디의 ‘레퀴엠’ 공연 지휘를 끝으로 무대에서 물러났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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