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현/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김의기] 하지 절단 장애를 극복하고 역주를 펼친 ‘스키 간판’ 신의현(38ㆍ창성건설)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지상파 방송 3사 어디에서도 감동의 순간을 볼 수 없었다.
신의현은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대회 크로스컨트리 남자 15km 좌식 종목에서 사상 세 번째 패럴림픽 메달이자 이번 대회 한국의 첫 메달을 들어 올렸다. 레이스를 마친 뒤 숨을 고른 신의현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예전보다 국민들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방송 중계시간이 적어 아쉽다”고 호소했다.
장애인들의 겨울 축제인 패럴림픽 대회가 평창에서 한창 열리고 있지만 정작 국내 방송사에서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지난 11일은 10일 간 열리는 평창 패럴림픽 대회 기간 중 유일한 일요일이었다. 그러나 신의현의 감동 질주를 비롯해 한국 휠체어 컬링팀의 슬로바키아와 예선 3차전 경기는 중계되지 않았다. 방송 3사가 ‘전파 낭비’라는 비판까지 받아가며 똑같은 경기를 일제히 중계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유일한 시청 창구는 전 세계 동영상 사이트 유투브를 통해서 가능했고 그마저도 해외 중계를 통해 가능했다. 스포츠를 전문 케이블 채널 STN스포츠에서 휠체어 컬링 경기를 중계했지만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순간 지상파 방송 채널에서는 드라마 재방송을 비롯해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됐을 뿐이다.
이에 청와대 홈페이지 내 국민청원에 '평창 패럴림픽 경기를 중계해 달라'는 요청이 쏟아졌다. 청원자들은 ‘빙판 위 메시 정승환(32)의 플레이를 보고 싶다’,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자국민이 못 보는 것은 모순이다’며 볼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의 지적처럼 국내 지상파 방송의 패럴림픽 중계 시간은 해외 방송사들보다 현저히 적다. 국내 지상파 3사인 KBS, MBC, SBS가 15내지 최대 30시간을 편성했고 미국 NBC의 경우 94시간, 일본 NHK는 64시간을 편성했다. 경희대 이성학 스포츠경영 대학원 교수는 “수익을 우선시 해야 하는 방송사 입장에서 지금은 시청률이라는 지표를 무시할 수 없는 환경이다. 다만 공영방송 등의 존재 이유가 이럴 때 있는 것이다. 전파라는 공공재와 수신료의 가치를 생각해 수익보다 공익을 조금 더 도모해야 한다”며 공영방송의 역할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패럴림픽 경기 중계가 외국에 비해 부족한 실정이다. 신의현 선수가 호소한 것처럼 우리 방송들도 국민들이 패럴림픽 경기를 더 많이 볼 수 있도록 살펴 달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영방송 KBS가 비판을 수렴해 중계시간을 기존 25시간에서 34시간으로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기 기자 show902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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