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제점 받은 MBㆍ박근혜 정부
MB, 5년간 300만개 일자리 약속
청년 인턴제 등 대대적 추진 불구
집권 기간 중 125만개 증가 그쳐
朴, ‘고용률 70%’ 올리기에 중점
해외 취업 등 지원금 투입했지만
66%라는 초라한 성적표만 남겨
#획기적 변화 안 보이는 文정부
中企 취업유인 제고 등 4대 분야
이전 정부서도 추진했던 정책들
“노동 구조 개편 통한 대책 필요”
양질의 일자리는 최고의 복지다. 어느 정부든 일자리 정책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꼽는 이유다. 이를 위해 수많은 위원회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경제ㆍ산업ㆍ노동 관련 모든 정부 부처가 머리를 맞댄다. 그러나 역대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반짝 효과’만 내는 데 그쳤다. 최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년(2008~17년)간 정부가 총 21회에 걸쳐 청년고용대책을 추진했지만 효과는 미흡했다”고 고백한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산업ㆍ노동 구조 개편 없이 임시방편적인 일자리 정책만 되풀이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MB-일자리 300만개, 박근혜-고용률 70%
이명박(MB)정부와 박근혜정부는 청년인턴제 실시, 일자리 나누기(잡쉐어링), '선(先) 취업 후(後) 진학' 체제 구축, 해외취업, 중소ㆍ중견기업 및 신성장 산업 육성 등 다각적인 일자리 정책을 시도했다.
MB정부는 매년 7%의 경제성장과 연간 60만개씩 5년간 총 300만개의 일자리를 약속하며 출범했다. 2008년 9월에는 ‘정부지원 청년 인턴제’ 도입을 골자로 한 ‘청년고용 촉진대책’, 같은 해 11월엔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을 통한 청년 인턴제 확대와 실업자 재취업 정책을 내 놨다. 이듬해에도 1월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이후 민간까지 확대한 ‘일자리나누기(잡쉐어링)’를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2010년에는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국가고용전략회의(전략회의)를 그 해 10월까지 10회에 걸쳐 개최하며 일자리 늘리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박근혜정부의 일자리 정책 핵심은 ‘고용률 70%’로 요약된다. 2012년 64.2%였던 고용률을 임기 말까지 5.8%포인트를 끌어올리겠다는 게 핵심이었다. 연간 47만6,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달성 가능한 목표였다. 이를 위해 박근혜정부는 신성장사업을 키우고 청년들을 해외로 취업시키는 등의 내용을 담아 9차례에 걸친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했다. 중소기업이 인턴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지원하는 취업지원금 규모와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청년 맞춤형 일자리 대책’(2013년), 고졸 근로자들에게 3년간 최대 300만원의 근속장려금을 지급하는 ‘일자리 단계별 청년고용 대책’(2014년), 청년들이 해외에서 취업하도록 지원하는 ‘청년 해외취업 촉진방안 및 후속대책’(2014ㆍ2015년), 공공 일자리 4만개 창출 등의 내용을 담은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2015년) 등이 이어졌다.
단기 일자리에 재정투입 되풀이…성과는 낙제점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시도에도 성과는 낙제점 수준이었다. MB정부의 집권 기간 일자리는 125만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공약의 40%에 불과한 규모다. 더구나 통계청에 따르면 MB재임 기간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월급 격차는 88만2,000원에서 118만9,000원으로 확대됐다. 박근혜정부도 역시 약속한 70% 고용률에 크게 못 미치는 66.1%(탄핵이 확정된 지난해 3월 기준)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냈다.
일자리 정책들이 사실상 실패한 이유는 애초부터 무리한 공약을 내세운 점이 우선 꼽힌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2007년 경제성장률이 5%를 웃돌 때조차 연간 일자리는 30만개 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연간 60만개(MB)와 47만개(박근혜정부)의 일자리를 만들려면 성장률이 당시의 2배 수준을 넘어야 가능한데,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 상황에선 이룰 수 없는 목표였다.
집권을 위해 과도한 전망을 내놓다 보니 이후 추진 정책도 좋은 점수를 주기엔 역부족이었다. 청년 채용 시 중소기업에게 임금을 보전해주는 재정투입과 기업 세제혜택을 주는 방식이 많았다. MB정부의 ‘청년고용촉진대책’과 박근혜정부의 ‘청년 맞춤형 일자리 대책’이 대표적이다. 박철우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는 “재정을 투입해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정책에 집중되다 보니 양질의 일자리를 원하는 대졸 구직자들의 눈높이와 차이가 났다”고 설명했다.
질보다 양에 치중하다 저임금ㆍ단기 일자리만 양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MB정부의 청년인턴제와 잡쉐어링, 박근혜정부의 임금피크제 도입은 인턴과 임시직만 양산한 데다 정규직 임금 정책마저 후퇴시켰다는 비판이 적잖다. 청년인턴제로 늘어난 일자리는 10개월 후 인턴이 끝나면 다시 구직자 수를 늘렸고, 결국 정규직 전환에 재정을 더 투입해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신산업 성장이 더디면서 서비스ㆍ제조업에 취업했던 인력들은 자동화 바람에 밀려 감원의 대상이 됐다. 그나마 잡쉐어링과 임금피크제를 통해 양질에 속하는 공공기관 일자리를 대거 늘리긴 했지만, 이 또한 국가채무를 급격히 증가(2008년 309조원→2017년 667조원)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됐다. 정부 치적으로 강조됐던 MB정부의 고졸취업 정책은 정권 교체 후 흐지부지 됐다. 박근혜정부의 청년 해외취업 사업도 해외로 나간 청년 1,222명 중 과반(52%)이 2년도 안 돼 직장을 떠나는 등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찍혔다.
답습 우려 문재인정부 일자리 정책
문재인정부도 일자리 정책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그러나 과거와 비교해 획기적 변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로 김 부총리는 지난 9일 ▦중소기업 취업유인 제고 ▦창업 ▦청년 해외진출 ▦서비스 분야 신시장 창출 등 4대 분야 중심으로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세부 내용은 오는 15일 발표된다. 그러나 김 부총리가 강조한 4대 분야는 앞서 정부서도 비중 있게 추진했던 정책들로 기시감이 강하다. 김 부총리가 청년일자리 창출에 보조금 등 재정투입과 세제혜택을 주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도 옛 방식을 답습하는 것이다. 박정일 한양대 교수는 “역대 정부의 정책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며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인턴 등 일자리 수에만 집중해 예산을 대거 투입하고 세제혜택을 줬던 실패 원인을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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