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정체성 흐려질 이유 없어
공동교섭단체 협치 실험으로
선거제도 개혁 이끌 것”
정의당 목표는 호남 제1 야당
지방선거 연대 전혀 생각 없어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통해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힘을 모아가겠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12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념과 정체성이 다른 민주평화당과 초유의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추진하는 데 대해 내놓은 변이다. 노 원내대표는 “진보진영의 협치 수준을 높이는 새로운 정치 실험이고 이 과정에서 모두에게 돌아가는 실익이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공동교섭단체가 선거제도 개혁의 토대를 만들기 위한 한시적인 공조체계라는 점을 에둘러 밝힌 것이다.
노 원내대표는 “공동교섭단체 구성은 권장할 만한 실험이라기보다 현재 정치 여건 속에서 각 당이 공동으로 자구책을 찾은 것”이라며 “큰 지형 변화가 있기 전까지 우리가 주장해온 것들을 더 관철시키는 책임 정치를 해보자는 차원”이라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노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공동교섭단체 출범으로 정치권의 대화, 협력 방식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민주당과의 연대 수준을 높여 사법개혁 등 주요 현안에서 공조를 강화하고 그 과정에서 두 당의 최대 과제인 중대선거구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 과제도 해결해 가겠다는 구상이다. 당장 범여권이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이슈로는 개헌, 선거권 연령 인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정치개혁 과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 공조, 비정규직 문제 해소 등이 꼽힌다.
이번 결정을 두고 당 안팎에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정의당이 그동안 교섭단체 구성 기준(20석)이 너무 높다며 불합리성을 줄곧 외쳐왔으나 현실의 벽에 번번이 부딪혀온 만큼 이해가 된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원내에서 가장 진보적인 의원들이 평화당 소속의 중도보수 성향 의원들과 손 잡은 데 대한 정체성 훼손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노 원내대표는 “합당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일치된 의견에 한해서만 공동의 입장을 취하는 교섭단체이기 때문에 각 당이 자기 정책을 양보하거나 정체성이 흐려질 이유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최저임금 문제처럼 두 당의 노선과 철학이 다른 이슈에 대해서는 각자의 목소리를 내되 주요 정책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연대하는 식으로 운용의 묘를 발휘하겠다”고 했다. 두 당은 공동교섭단체 구성이 결정되는 대로 지난 대선 공약을 토대로 한 공통 공약 선별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노 원내대표는 6월 지방선거에서 평화당과 선거연대가 가시화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선거연대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호남에서 제1야당이 되겠다고 하는 것이 기본적인 방침”이라며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치열하게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정의당은 공동교섭단체 구성 추진을 위한 당내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오는 17일 시ㆍ도당 위원장을 포함해 약 100명의 위원으로 이뤄진 전국위원회에서 공동교섭단체 구성 여부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두 당이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면 2008년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이 결성한 ‘선진과 창조의 모임’ 이후 약 10년 만의 공동교섭단체가 된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강유빈기자 yub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