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오토칼럼을 통해 자동차의 법률 등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강상구 변호사가 캐딜락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플래그십 SUV, 에스컬레이드의 시승에 나섰다. 우연의 일치일까? 강상구 변호사는 최근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를 구매하며 아주 적절한 비교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과연 강상구 변호사가 느낀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아래는 강상구 변호사의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에 대한 소감을 각색했습니다.
의외의 실망을 안겨준 존재, 에스컬레이드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시승을 통해 느낀 소감은 실망스러움이 있고 그 다음으로는 그리고 기존에 에스컬레이드에 가지고 있던 생각과 실제의 에스컬레이드가 주는 가치가 전혀 다른 위치에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이죠.
솔직히 말해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같은 대형, 럭셔리 SUV를 타게 되면 ‘도로 위의 지배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죠. 아마도 저를 비롯해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등을 비롯한 거대한 SUV를 타는 분들이라면 마치 도로를 내려다 보는 그 느낌을 제대로 이해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결국 에스컬레이드에게도 그런 기대를 가지고 시트에 올랐는데 막상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그런 지배자의 느낌을 주지 못하는 것이죠. 되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도로 위의 폭군’처럼 보이게 되었죠.
납득할 수 있는 이유
솔직히 말해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누가 보더라도 매력적이고 강렬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압도적인 프론트 그릴이나 세로형 헤드라이트, 이런 요소들은 말 그대로 압도적이고 강렬한 존재감을 완성하는 요소들이죠.
게다가 국내에서는 쉽게 볼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차량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온 도로의 지배자’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되죠. 정식으로 수입되고 있는 차량의 경우에는 굳이 분류를 하면 숏바디 모델인데 숏바디 모델만으로도 이미 도로 위에서 모든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남을 정도의 강렬함을 자랑합니다.
후면 역시 캐딜락 고유의 세로형 리어 콤비내이션 램프와 우람한 트렁크 게이트가 조합된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이목을 끌죠. 덕분에 대형 SUV가 익숙하지 않은 국내 도로에서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주는 건 명백한 사실이죠.
하지만 막상 생각해보면 미국 도로 위에서 에스컬레이드의 크기는 그리 큰 편이 아니죠. 국내야 에스컬레이드가 정말 큰 차량이라 할 수 있겠지만 미국 기준으로는 그리 큰 차가 아니라 ‘지배자’라는 느낌을 줄 필요는 없는 것이죠. 되려 큼직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존재감과 함께 편하면서 뛰어난 주행 성능을 경험할 수 있는 차량이 될 필요가 있는 거죠.
캐딜락 고유의 감성이 느껴지는 실내 공간
에스컬레이드에 대한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점은 시트에 앉는 순간 느끼게 되죠.
사실 이정도 크기의 SUV를 타게 된다면 넓은 시야와 도로를 내려다 보는 것 같은 구성이 주류를 이루게 되는데 에스컬레이드는 비슷한 체격을 가진 유럽의 SUV들과 비교한다면 마치 중형 SUV 혹은 스포티한 감성을 강조한 쿠페에 타고 있는 기분을 전합니다.
윈드실드의 높이도 좁은 편이고 윈도우 라인의 아래 쪽도 상당히 높게 올라와 있죠. 물론 스티어링 휠 컬럼에 적용된 기어 레버나 비상등 버튼 등은 대형 SUV나 미국산 픽업 트럭의 감성이 느껴지는 요인이지만 그 외적인 실내 요소들은 여느 캐딜락과 비교를 하더라도 ‘크다’는 느낌이 강하지 않았죠.
차량이 큰 편이기 때문에 시트와 실내 공간에 대해서는 큰 아쉬움은 없는 건 사실이지만 유럽의 SUV들과 비교하면 절대적인 공간이 다소 부족합니다. 실제 실내 공간의 플로어가 상당히 높은 편임을 느끼게 됩니다. 이 부분이 실내 공간의 전체적인 볼륨을 다소 줄었으며 적재 공간 역시 다소 좁은 편이죠.
시트 구성은 조금 독특한 편입니다. 1열의 경우 운전자는 노면 정보를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단단하게, 조주석은 다소 부드럽게 조율했습니다. 그리고 2열 시트의 풀 사이즈 시트는 주행에서의 느껴지는 충격을 최소로 줄이기 위해 더욱 만족스럽고 풍성한 볼륨을 더한 것이 특징입니다.
북미의 감성과 캐딜락의 강점이 드러나는 주행
주행을 해본다면 앞서 설명했던 지배자가 아닌 폭군이라는 느낌을 제대로 느끼게 됩니다. 426마력을 내는 V8 6.2L 엔진이 이를 이끕니다. 배기량이 크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426마력이나 62.2kg.m의 토크는 정말 강력해 2.6톤의 에스컬레이드를 주저 없이 움직이는 원동력이 됩니다.
게다가 RPM을 높일 때에는 V8 특유의 사운드가 전해지며 운전자에게 만족감을 선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8단 변속기가 AWD 시스템은 기본인 소양이 충분해 그 누가 운전하더라도 만족스러운 느낌을 얻겠네요.
다만 주행 상황에서 탑승자의 위치에 따라 그 체감이 다른 것은 유의할 부분입니다. 사실 운전자의 경우에는 대형 SUV라고 하기엔 보다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차량의 움직임과 노면의 반응을 전달해 운전자에게 ‘집중’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조수석이나 2열 공간에서는 한층 고급스럽고 여유로운 감성을 전하죠. 그래서 전 운전석 시트도 조수석 시트로 바꿨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네요. 아마 여러분들도 에스컬레이드의 구매를 고민하신다면 각 위치 별로 차량의 느낌을 체험하시는 것이 꼭 권하고 싶네요.
캐딜락의 자랑이라는 MRC는 에스컬레이드와는 조금 상성이 맞지 않는 느낌입니다. 솔직히 말해 MRC는 육중한 체격의 에스컬레이드에서도 자신의 임무를 정말 잘 이행하고 또 MRC 특유의 빠르고 완벽한 변화를 선사합니다. 하지만 그런 변화가 에스컬레이드에게 기대하는 승차감을 완성하는 요인은 아니라 생각이 되었죠.
고속에서는 MRC의 개입으로 인해 차량의 움직임이 한층 안정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만족하고 또 RPM을 높여서 과감한 드라이빙을 할 때에는 MRC의 존재 덕에 언제든 코너를 과감히 공략할 수 있죠. 하지만 이는 미국에서 ‘대형 SUV가 익숙한 이들에게’ 매력적인 요인이지 ‘도로의 지배자’를 원하는 우리에게는 어울리지 않은 요인이죠.
실제로 주행 모드를 투어 모드로 바꾸더라도 MRC 특유의 기민한 반응으로 인해 때때로 노면 변화에 따른 ‘압도적인 견고함’의 반응이 실내 공간에 울려 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어 서스펜션이었다면 변화에 따른 기민한 반응은 어려웠을지라도 ‘편안함’과 같은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성을 꾸준히 유지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에스컬레이드에서 MRC가 빠진 사양을 경험해보고 싶네요.
참 시승을 하면서 놀라웠던 점은 역시 효율성에 있습니다. 사실 V8 엔진이라고 한다면 강력한 출력 때문에 효율성이 바닥을 칠 거라는 생각을 하는데 에스컬레이드는 예상 외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실제 시승을 하며 공인 연비를 크게 앞지르는 수치를 확인했고 또 정속 주행에서는 V6 SUV 급 효율성을 과시했죠. 이는 실린더 비활성화 기능 및 OHV 엔진 임에도 최신의 기술이 적용된 결과로 보입니다.
미국의 정서를 아는 이를 위한 정점
최근 캐딜락은 미국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매력적인 차량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CT6가 그랬고, XT5 역시 그런 존재입니다. 하지만 에스컬레이드는 아직은 미국 시장이라는 특유의 테두리 안에 있는 차량이었습니다.
물론 V8 엔진이 주는 짜릿함과 디자인에서 오는 그 만족감은 여느 경쟁 모델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지만 ‘유럽형 프리미엄 SUV’와 확실히 다른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 차량인 만큼 유럽형 프리미엄 SUV에서 에스컬레이드로 차량 변경을 고려하는 분이라면 꼭 그 차이를 확인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존재이기 때문에 미국에서의 생활 경험이나 미국의 정서가 익숙한 분에게는 ‘최고의 정점’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또 비교의 대상이 랜드로버 레인지로버가 아닌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과 같이 보다 더 스포티하고 드라이빙에 초점을 맞춘 쪽이라 생각됩니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 강상구 객원기자(법무법입 제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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