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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미투 가해자가 신?' 오랜 악습 끊을 방안은 없나

입력
2018.03.13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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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거장’ 김기덕 감독이 추락했다.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 고발 대상자로 지목돼 ‘거장’에서 ‘성폭행범’으로 낙인 찍혔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인정받고 독립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명성을 알린 김기덕의 명예는 땅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미투 운동의 확산으로 이제야 수면 위로 드러난 오랜 악습을 근절할 해결 방안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일 MBC ‘PD수첩’은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 편을 통해 김 감독과 조재현에게 성폭행, 성추행을 당한 여배우들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영화 ‘뫼비우스’ 촬영 당시 폭행 및 강요·성희롱 건으로 4년 후 김 감독을 고소한 여배우 A씨, 김 감독 영화 오디션을 봤던 B씨, 김 감독 영화 여주인공으로 출연했던 C씨가 입을 열었다.

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김 감독의 비정상적인 폭행 행위를 폭로했다. A씨는 “김기덕 감독이 성관계를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자, 해고 통보를 했다”고 주장하며 뺨을 맞는 등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B씨는 김 감독으로부터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C씨는 김 감독의 성폭행에 시달려 배우 생활을 그만두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조재현도 자유로울 수 없다. 촬영 합숙 장소는 지옥이었다. 김기덕 감독, 조재현, 조재현 매니저까지 하이에나 같았다. 여자를 겁탈하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9일 방송된 MBC ‘아침 발전소’에서도 김 감독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의 추가 폭로가 이어졌다. 김 감독의 조감독으로 일했다는 한 익명의 영화 스태프는 “여성 스태프 분이 울면서 나를 찾아온 적이 있다. 김 감독이 여성 스태프를 불러내 간 곳이 모텔이었고 성 관계와 변태적 행위까지 해야 했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 여성 스태프가 김기덕 감독 때문에 임신하고 낙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사실 상 김 감독은 오래 전부터 영화계에서 성 추문 핵심인물이나 마찬가지였다. 한 영화 관계자는 “이제야 김기덕 감독에게 성폭행,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이어지고 있지만 업계 종사자 중 그와 관련된 소문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며 “다들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방관하고 있던 거나 마찬가지다. 이제라도 정화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피해 여성들이 이미 밝힌 것처럼 김 감독은 ‘촬영장의 신’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도 김 감독의 만행에 제동을 거는 이가 없었다. 자본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작품을 만드는 ‘창작자’라는 이유로 ‘신’이자 ‘법’으로 군림한 셈이다. 대부분의 작품을 직접 제작하며 제작비 역시 10억 원 미만 저예산이다. 촬영 기간도 보통 한 달을 넘기지 않는다.

어마어마한 자본과 인력이 투입되는 상업 영화와는 상반되는 행보다. 때문에 저예산 영화 촬영장의 지휘와 권한은 모두 감독이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저히 감독의 지시 아래 모든 것이 행해지는 촬영장인 만큼 ‘김기덕 사건’과 같은 일이 향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한 제작사 대표는 “요즘 미투 운동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모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고는 말할 수 없다. 영화인들 모두의 의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감독이나 배우에게 작품 제안을 할 때 사전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분위기다. 성 추문 의혹이 있는 인물들은 철저히 배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osen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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