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남북ㆍ북미 정상회담 개최 합의에 따른 한반도 정세의 급변 가능성에 대비, 중국의 협조와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중국은 한중 간 정치적 소통 강화와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거듭 강조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2일 방북ㆍ방미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1박2일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면담하고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국무위원, 왕이(王毅) 외교부장 등을 만났다. 정 실장이 2박4일간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이튿날 곧바로 중국을 찾은 건 한반도 정세의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중국의 역할이 상당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 실장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을 만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면담 내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 등을 차례로 상세하게 전달한 뒤 중국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조를 구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방문과 중한 정상회담 이후 양국관계가 개선되고 발전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문 대통령이 특별히 정 실장을 특사로 파견해 의사소통을 하도록 한 것은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중한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 측도 중한관계를 고도로 중시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성과 있는 정상회담과 올 초 전화통화를 통해 문 대통령과 양자관계 및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 좋은 의사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측이 정치적 의사소통을 계속 강화하고 상호신뢰를 공고히 하자”고 강조했다.
이에 정 실장은 “문 대통령은 최근 한반도 상황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을 시 주석의 각별한 지도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지가 최근의 상황 진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에 있어 앞으로도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문 대통령이 작년 국빈방문 때 환대해준 데 대해 감사를 표하며 시 주석이 가까운 시일 내 편리한 시기에 한국을 국빈방문해주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문 대통령의 시 주석 초청 의사도 전달했다.
이에 앞서 정 실장은 댜오위타이(釣魚台)에서 양 국무위원과 만나 한반도 정세의 진전을 위한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양 국무위원은 비핵화 목표 실현, 평화와 안정 유지,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등 한반도 문제 3원칙을 재차 강조했고, 정 실장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목표 달성에 있어서의 최근 진전은 시 주석과 중국 정부의 적극적 기여와 역할에 힘입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왕 부장과도 만찬회동을 갖고 한반도 상황 진전에 따른 양국 간 외교채널을 긴밀하게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