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분석한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라는 책이 최근 미국에서 출간돼 화제다. 이 책은 한국계 미국인 정신과 의사인 벤디 리 예일대 교수가 주도해 27명의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자가 공동 집필했다.
세계 최강국 미국의 대통령은 막중한 책임을 가졌기에 자칫 잘못된 판단으로 세계가 전쟁의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따라서 대통령직을 수행할 정도로 정신건강이 건전한지를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대통령 유세 중 일부 정신과의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애적 성격장애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평가를 내렸다. 그 이후 치료 불가능한 ‘악성 자기애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몇몇 정신과 의사는 판단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소시오패스적 특징이 심하다고도 했다.
1964년 한 미국 잡지사가 상원의원인 베리 골드워트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직에 적합한지를 묻는 조사를 시행한 바 있었다. 잡지 편집자는 골드워트 후보에게 패소해 60만달러(현재 가치)의 손해배상금을 물었다. 이후 정신의학계나 심리학계에서는 직접 면담하지 않고 공인의 정신상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는 ‘골드워트 규정’을 만들어 엄격히 지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신과 의사들이 규정을 어겨가며 대통령 후보가 심한 성격장애로 대통령직 수행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왜 했을까? 이를 계기로 성격특징 혹은 성격장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성격은 한 사람의 습관적 행동, 인지ㆍ감정적 특징을 포함한 전체 패턴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성격은 성인이 된 뒤에는 바뀌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성격장애는 성격적인 특징으로 인해 사회에서 받아 들이기 힘들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심한 고통과 장애를 일으키는 경우다.
성격장애를 흔히 마늘에 비유한다. 마늘을 먹은 사람은 마늘냄새를 맡을 수 없지만, 주위사람들이 마늘냄새로 힘들다. 이처럼 일반적인 성격장애는 본인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주위사람은 힘들다는 뜻이다. 따라서 성격장애는 개인 문제라기보다 관계,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정신의학에서는 성격장애를 크게 3종류로 분류한다. 약간 이상하거나 기이한 성격(A군), 변덕스럽고 감정기복이 심한 성격(B군), 불안하고 걱정을 많이 하는 성격(C군)으로 나눈다. 관심을 가장 많이 받는 군이 B군으로, 반사회적 성격, 자기애적 성격, 히스테리성 성격 그리고 경계선 성격장애가 이에 속한다.
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이라고 주장되는 자기애적 성격장애는 과장되고 존경받고 칭찬받길 원하고, 공감능력이 부족한 게 특징이다. 소시오패스는 반사회적 성격장애로 여겨지는 사이코패스보다는 덜하지만 무례하고 자기중심적이고 규정을 잘 지키지 않고, 타인에게 공격적이고 친밀감이 부족하다.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등 성격장애는 심리ㆍ생물ㆍ유전ㆍ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긴다고 여겨진다. 뇌영상 연구에 의하면 감정과 관련 있는 뇌의 편도체나 고위 인지기능과 관련되는 전두엽 등에 이상이 있다.
앞서 말한 성격장애 기준으로 분석한 정신과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애적 성향인 것으로 여겨진다. 빈번한 총기사고로 총기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에 꾸준히 반대하다가 갑자기 총기를 더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공화당원들조차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변덕스러움, 세계를 향해 보복관세를 매기겠다는 무분별함, 불법 이민을 막겠다고 멕시코 장벽을 쌓으면서 멕시코에 그 비용을 전가하는 행동, 자신을 향한 조그마한 공격에 과장되게 반박하는 행동 등은 자기애적 성향이 가진 특성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이 외교정책 등 여러 정책에 반영되는 것에서 보듯이, 한 집단의 리더가 가진 성격적 특질과 이에 기인한 리더의 결정은 집단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따라서 리더를 선출할 때에는 후보의 공약이나 정치관 못지않게 성격분석 정보도 중요한 기준으로서 다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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