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1300만원 갚자” 대구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은 대구정신의 또 다른 상징이다. 유네스코가 지난해 10월31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결정하면서 대구는 지역 최초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게 됐고 지난달 21∼28일 열린 대구시민주간에서도 시민의 자긍심을 한껏 드높였다.
국채보상운동은 1907년 일본의 경제주권 침탈에 대응해 나랏빚 1,300만원을 갚기 위해 빈부귀천과 남녀노소, 도시농촌, 종교사상을 뛰어넘어 전 국민이 참여한 경제주권 회복운동이다.
이 운동은 대구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된 우리나라 최초의 시민운동으로 기부문화운동이자 여성•학생운동, 언론캠페인운동이다. 또 국가의 부채를 국민이 대신 갚고자 한 운동은 세계사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대구시민주간은 대구정신 발견, 대구만의 강점 발굴을 통한 자긍심 고취, 흥과 끼가 넘치는 대구시민의 예술성 발휘 등 세 가지 주제로 열렸다. 국채보상운동의 나눔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시민들의 책 기부 모금운동인 ‘북(Book) 돋움 나눔대장정’, 착한 대구 캠페인의 하나로 소액기부운동인 ‘착한대구 응답하라 1907’이 선보였다. 또 대구상공회의소 등 지역 경제계와 공사 공단 임직원들이 기증품을 제공하고 아름다운 가게가 판매한 ‘아름다운 하루’도 열렸고 1907년 국채보상운동의 역사적 장소를 탐방하는 ‘국채보상운동의 발자취를 따라서’도 거행됐다.
특히 대구 기초지자체도 국채보상운동의 정신을 기리는 가곡드라마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동참했고, 자유발언대인 ‘나도 시민, 대구를 말하다’를 통해 시민들의 목소리도 울려퍼졌다. 국채보상운동의 역사를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 ‘기적소리’도 전국 공연을 앞두고 있다.
한편 국채보상운동 정신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당시 전 국민이 참여한 ‘나라살리기 금모으기 운동’으로 승화하면서 경제난 조기 극복에 기여해 전 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유네스코도 국채보상운동의 정신이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또 제국주의 열강에 대응해 가장 앞선 시기에 시작된 국권수호운동이라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중국은 1909년, 멕시코 1938년, 베트남은 1945년에 유사한 형태의 외채상환운동이 일어났다.
대구시와 (사)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는 2015년 3월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위원회를 구성한 후 발기문과 취지문, 기부영수증, 언론 보도자료 등 2,400여건에 이르는 국채보상운동기록물을 집중 조명했다.
100만인 서명운동과 국회토론회, 전국순회전시회를 열었고 학술적인 증명을 위해 석ㆍ박사급 인력을 보충해 국제학술대회도 개최했다.
신동학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상임대표는 “자랑스런 대구 유전자가 녹아있는 국채보상운동 정신을 세계화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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