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ㆍ알루미늄 관세폭탄 조치에 대한 가장 속 시원하고 정곡을 찌르는 평가는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의 “‘멍청하고 미친’ 보호무역주의”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라는 잣대로 대상국을 늘였다 줄였다 장난질이 심하다. 캐나다 멕시코에 이어 이번에는 호주를 제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호주는) 안보 협정을 매우 신속하게 추진하기 때문에, 우리의 동맹이자 위대한 나라인 호주에 관세를 부과할 필요가 없다”고 썼다. 하긴 북미정상회담을 45분만에 전격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멍청한’ 것은 미국 내 철강산업은 이득을 보겠지만, 자동차 등 철강을 소재로 쓰는 분야에서는 엄청난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수입산 철강에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에 각각 연간 10억 달러(1조745억원)의 추가 비용이 초래될 수 있다. 이는 포드와 GM 수익 중 12%와 7%에 달하는 규모란다. 또 ‘미친’ 것은 세계 불황이나 무역전쟁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세를 평균 52% 인상한 1930년의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맞불관세를 불러 일으켜 글로벌 불황을 유발한 악법으로 기록됐다.
▦ 트럼프 대통령이 근거로 제시한 규정이 ‘무역확장법 232조’다. 역설적으로 이 법은 이름 그대로, 무역확장과 자유화를 목표로 존 F. 케네디 대통령 시절인 1962년 제정된 것으로 이후 다자간 협상의 촉매제가 됐다. 단지 관세와 수입규제 완화ㆍ철폐가 국가안보를 저해할 우려가 있을 경우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미국은 당시 유럽이 관세 장벽을 치려는 것을 앞장서 막으려 했다. 케네디 정부는 이 법을 근거로 관세 인하를 위한 다자간 협상을 시작했고, 이른바 ‘케네디 라운드’로 불렸다.
▦ 보호무역주의와 자유무역주의는 대립과 충돌을 반복했다. 수출 경쟁력이 있는 국가는 자유무역을 선호한 반면, 후발 국가의 경우 보호무역을 선호했다. 그래서 시대별로 공격과 수비가 뒤바뀐다. 보호무역은 19세기 영국 자유무역에 대한 반발로 독일과 미국 등에서 주창되었으나, 이후에는 미국이 자유무역의 선봉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 같은 강대국이 지금처럼 자국 산업보호를 이유로 무역장벽을 치면 국제무역질서가 와해될 수 있다. 동맹국마저 괴롭히는 ‘근린 궁핍화 정책’이 되거나, 글로벌 경기침체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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