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한국 아이스하키팀
일본ㆍ체코 꺾고 준결승 예약
얼마 전 개봉한 ‘우리는 썰매를 탄다’는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세상의 편견과 고된 훈련을 이겨내고 평창 동계 패럴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다.
어릴 때 사고로 한 쪽 다리를 잃은 국가대표 공격수 정승환(32)은 이 영화에서 “저는 꿈속에서도 다리가 없어요”라고 말한다. 가슴 저린 이야기지만 그가 링크를 누비는 모습을 직접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선수들이 장애를 얼마나 건강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빙판 가득 그들의 활기와 생명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정승환은 167cm에 58kg다. 아이스하키 선수 대부분이 상체가 잘 발달돼 있어 상대적으로 그가 더 왜소해 보인다. 하지만 정승환은 빙판 위에 서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변신한다. 총알 같은 스피드로 상대를 따라잡고 썰매(아이스하키 썰매는 퍽이 통과할 수 있는 높이) 아래로 요리 조리 퍽을 다루며 드리블하는 모습은 환상적이다. 그는 10일 일본전에서 옆으로 넘어지며 때린 그림 같은 슈팅으로 한국의 두 번째 골을 터뜨려 4-1 대승을 이끌었다.
수비수 장동신(42)은 ‘전천후’ 플레이어다. 원래 ‘휠체어 펜서’로 국내에 적수가 없는 1인자로 명성을 떨치던 그는 2008년부터 아이스하키를 시작해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에 이어 세 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수비수지만 고비마다 터지는 중거리 슈팅이 일품이다. 그는 한일전에서도 2피리어드 때 빨랫줄 같은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일본에 우세한 경기를 하면서도 골이 안 나와 애태우던 한국은 장동신의 첫 골로 분위기를 타고 대승을 완성했다. 장동신은 “우리 경기는 중계도 많이 안 되는 것 같았는데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 경기를 통해 부모님과 가족, 지인들에게 자부심을 줄 수 있는 것 같아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주장 한민수(48)는 서른 살 때 왼쪽 다리를 절단하는 아픔을 딛고 일어섰다. 운동에 매진한 그는 휠체어 농구, 럭비, 조정, 역도에 이어 2000년에 아이스하키에 입문해 19년 째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베테랑이다.
8일 개회식 마지막 성화 봉송땐 비장애인에게도 아찔해 보이는 슬로프를 줄 하나에 의지해 올라 깊은 감동을 안겼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할 예정인 그는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사상 첫 메달을 고대한다. 개회식 준비를 하느라 자신이 훈련에 빠지면 팀에 피해가 간다는 생각에 성화 점화 연습은 훈련 없는 쉬는 날 소화했다. 한민수는 “박수칠 때 떠나고 싶다. 내 마지막 은퇴 무대에서 (메달) 목표를 이룬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 그리고 ‘우썰탄(우리는 썰매를 탄다)’ 영화 꼭 보세요. 정말 재미 있어요!”
선수들은 인터뷰 말미 입을 모아 영화를 홍보했다. 장애인 아이스하키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한편, 한국은 11일 B조 2차전 체코와의 경기에서도 연장전 시작 13초 만에 터진 정승환의 결승골에 힘입어 3-2로 승리했다. 2연승을 기록한 한국은 B조 선두로 올라서며 사실상 준결승 진출을 예약했다.
강릉=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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