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김정현 선수가 들어옵니다.”
평창 동계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좌식 부문 남자 15km 경기가 열린 11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 신의현(37)은 3위를 차지하며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에 첫 동메달을 안겼고 금메달리스트인 막심 야로프이(29ㆍ우크라이나), 은메달을 딴 다니엘 크로센(38ㆍ미국)과 함께 시상식까지 마쳤다. 관중 대부분이 경기가 다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외롭게 레이스를 펼치는 한 선수가 있었다.
북한의 김정현(18)이었다. 그는 전체 29명 중 가장 먼저 출발하고도 꼴찌로 처졌다. 기록은 1시간12분49초9로 1위 야로프이(41분37초0)에 31분12초9나 뒤졌다. 이날 두 명이 레이스를 포기해 김정현의 최종순위는 27위다. 관중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에 큰 박수를 보냈다.
개회식 북한 기수였던 김정현은 지난해 12월 처음 스키를 탄 초보다. 지난 1월 독일 오베리드에서 열린 파라 노르딕스키 월드컵을 통해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그는 BBC와 인터뷰에서 자신을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이라고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에 앞서 북한의 마유철(27)도 26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마유철은 탁구 선수 출신으로 2014년 인천 장애인게임에 출전한 경험이 있다. 역시 평창 패럴림픽에 맞춰 지난 해 12월 스키를 시작했다. 마유철 역시 입상권과 거리가 멀었지만 마지막까지 힘을 냈다. 이날 한반도기가 붙은 흰색 패딩을 입은 수 십 명의 사람들이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며 북한 선수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경기 후 김정현과 마유철은 손을 들어 관중 환호에 화답했지만 취재진 인터뷰는 사양했다.
평창=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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