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절단 장애를 딛고 장애인 노르딕 스키 세계 최정상급 선수가 된 신의현(37ㆍ창성건설)의 어머니 이회갑 씨가 아들을 감싸 안았다.
신의현은 10일 강원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7.5km 좌식 종목에 출전했다.
최근 열린 월드컵 대회에서 이 종목 금메달을 연거푸 획득한 그는 이번 대회 첫 메달이자 한국의 동계 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까지 안겨줄 것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를 비롯해 소속팀 창성건설 임직원 수십 명과 고향 충남 공주시 정안면에서 상경한 수십 명의 응원단이 경기장에서 신의현의 이름을 외쳤다.
그러나 그는 평소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집중력을 요구하는 사격 종목에서 연거푸 실수를 범하며 5위로 경기를 마감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신의현은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가족들과 만난 뒤에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하지만 신의현의 어머니 이 씨는 연신 웃음 띤 얼굴로 아들의 뺨을 어루만졌다.
이 씨는 “메달을 따든 못 따든 (신)의현이는 자랑스러운 아들”이라며 “메달을 한 개도 못 따도 상관없다. 다치지만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신의현은 스물여덟 살까지만 해도 건강하게 두 다리로 땅을 딛고 있던 청년이었다. 하지만 2006년 2월 일어난 끔찍한 사고가 모든 걸 바꿨다. 차를 몰고 귀가하다 마주 오던 차와 정면충돌했고, 7시간이 넘는 대수술 끝에 양쪽 무릎 아래를 잘라내고 목숨을 구했다. 의식이 없던 그를 대신해 아들의 하지 절단 동의서에 이름을 적은 사람이 바로 어머니 이 씨다. 의식을 찾은 신의현이 사라진 다리를 보며 자신을 왜 살려냈느냐고 울부짖었을 때도 이 씨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다리 없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며 아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지금의 ‘철인’ 신의현을 만든 사람이 바로 어머니다.
가족의 응원을 등에 업은 신의현은 남은 크로스컨트리와 바이애슬론에서 다섯 종목에 더 출전한다. 특히 장거리에 강한 면모를 보여온 그는 바이애슬론 12.5km, 15km에서 다시 메달에 도전한다.
평창=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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