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기업은 영리만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만약 ‘나눔’이 기업의 존립 이유인 동시에 경영전략인 곳이 있다면 소비자들은 이 기업을 어떻게 바라볼까? 탐스는 ‘원 포 원(one for one)’ 이라는 직관적인 전략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기업이 영리를 추구하면서도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소비자들은 가치와 나눔의 방식에 환호하며 스스로 탐스의 홍보대사가 됐다.
최근 기업은 단순히 상품을 생산하고 파는 곳에서 그치지 않고, 마치 사람처럼 사회로부터 다양한 역할과 성격을 부여 받고 있다. ‘착한 기업’ ‘나쁜 기업’으로 불리는 게 흔한 예다. 영리를 추구하면서도 공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착한 기업이 늘어난다면 한국 사회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넘치는 곳이 될 것이다. 승자 독식 대신 ‘더불어 성장’이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착한 기업, 착한 소비자, 착한 시장이 모이면 ‘사회적 경제’라는 생태계가 갖춰진다. 사회적 경제가 기존 경제 체제와 경쟁ㆍ보완 관계를 유지하고 순기능이 활성화된다면 이윤 극대화만을 추구하다가 발생한 사회ㆍ경제적 문제가 치유될 수 있다. 빌 게이츠가 언론 인터뷰에서 탐스의 ‘원 포 원’에 대해 “자본주의를 고치는 법(how to fix capitalism)”이라는 찬사를 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고용불안과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사회적 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우리 사회에는 공익을 추구하면서도 재화ㆍ서비스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이 1,877개에 달한다. 조합원이나 지역사회의 필요에 의해 조직, 설립된 협동조합도 1만615개나 된다.
필자가 살고 있는 경남에도 ㈜좋은아침(함안군 소재)이라는 사회적 기업이 성업 중이다. 화장지를 생산하는 이 기업은 공장에서 직접 생산한 화장지를 유통 과정 없이 소비자에게 직접 공급해 단가를 낮췄다. 지역의 저소득층이나 장애인을 고용해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송현민 좋은아침 대표는 기업 운영을 통해 발생한 이익의 일부를 매년 지역사회에 환원해 선순환 생태계 조성에 이바지하고 있다.
탐스와 좋은아침은 우리에게 영리와 공익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산업혁명이 태동한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가 보수 정권임에도 불구, ‘빅 소사이어티(Big Societyㆍ중앙정부의 역할을 줄이고 지역사회, 자선기구 책임 키우는 것)’를 주창하고 사회적 기업 육성책을 시행했던 것도 이제 사회적 경제, 사회적 기업이 혁신을 상징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사회적 취약계층의 자립을 돕고, 공공서비스 사각지대를 줄여나가고, 지역공동체의 회복을 도울 수 있는 사회적 경제에 모두가 한 번쯤은 관심을 가져야 할 시간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김석호 경남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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