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한 김지은씨가 9일 검찰에 출석해 밤샘 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변호인단을 통해 “안 전 지사의 출석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기억에 있는 걸 차분하게 잘 진술했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는 같은 날 검찰에 자진 출석, 다음 날 새벽까지 10시간 가량 조사를 받았다.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오정희)는 김씨를 상대로 9일 오전 10시쯤부터 이튿날 오전 9시30분쯤까지 고소인 조사를 진행했다. 김씨 측 요청에 따라 조사는 비공개로, 안 전 지사 조사(3층)와 분리해 4층에서 진행됐다.
조사를 마친 뒤 김씨 측 정혜선 변호사는 “안 전 지사의 출석은 예측하지 못한 돌발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지 논의하기 위해 조사를 잠시 멈췄다”며 “조사를 다시 시작하고는 피해자가 꿋꿋이 조사에 임했다”고 했다. 안 전 지사가 조사를 마치고 난 뒤 사과 메시지를 남긴 것에 대해서는 “아직 피해자가 그 사실을 모른다”고 답변했다.
검찰은 이날 조사에서 확보한 김씨 진술을 바탕으로 안 전 지사가 업무상 위력으로 김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입증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미 김씨가 네 번째 성폭행(지난달 25일)을 당한 마포구 오피스텔과 서울의 또 다른 범행 발생 지목 장소도 파악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마포구 오피스텔에서는 지난달 25일 전후 두 사람이 오피스텔을 드나든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구체적인 동선을 분석하고 있다. 또한 검찰은 충남도로부터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의 안 전 지사 국내외 일정도 제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오후 5시쯤 검찰에 출석한 안 전 지사는 김씨보다 약 3시간 앞선 이날 오전2시30분쯤 조사를 마치고 청사를 떠났다. 안 전 지사는 청사를 나서면서 “혐의를 인정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앞으로 검찰 조사에서 객관적 사실에 대해 말하겠다”고 했다. 피해자 김씨에게는 “저를 지지하고 저를 위해 열심히 했던 참모였다. 미안하다”며 “마음의 상실감, 배신감 여러 가지 다 미안하다”고 하기도 했다. 자진 출두한 배경에 대해서는 “소환을 기다렸지만 견딜 수 없게…”라며 말끝을 흐렸다.
검찰은 안 전 지사에 대한 추가 소환 가능성을 열어뒀다. 검찰 관계자는 “고소사실 전반에 대해 안 전 지사의 입장을 청취했다”며 “사건 수사를 철저하고 신속하게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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