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이원근은 두 얼굴을 가진 배우다. 선과 악이 교차하는 얼굴로 감독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원근은 최근 개봉작 ‘괴물들’에서 야누스 같은 면모를 한껏 뽐냈다. 극 중 학교 폭력의 피해자이자 살아남기 위해 점점 변해만 가는 소년 재영 역을 맡아 다양한 감정 연기를 보여준다.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될 수 밖에 없는 비운의 소년을 처연한 눈빛과 슬픈 표정으로 표현하며 먹먹한 울림을 안겼다.
-학교폭력 피해자 역할이다 보니 연기할 때 많이 힘들었겠다.
“성격 상 힘들다는 말을 잘 안 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정말 너무 힘들었다. 아무래도 따돌림을 당하는 장면에 액션신도 있으니까.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도 고됐다. 촬영기간이 한 달 반 정도였기 때문에 일정이 빡빡했다. 새벽까지 촬영하고 집에 와서 잠깐 자고 다시 촬영을 가는 패턴이었다. 매일 대본을 봤는데 대부분의 장면이 감정 신이었다. 그래서인지 악몽도 정말 많이 꿨다. 하루가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반려견의 행동을 보며 재영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했는데.
“동물을 떠올리며 연기한 건 처음이었다. 강아지가 누나보다 나를 무서워하다 보니 눈치를 많이 본다. 기어서 살금살금 오면서 내 눈치를 보다가도 누나를 보면 짖는데 ‘아, 이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자와 약자의 차이점을 느꼈고 감독님에게 ‘이렇게 연기하면 어떠냐’고 제안했다. 재영 역시 주변의 눈치를 보는 인물이니까.”
-학교폭력 가해자 양훈 역을 맡은 이이경과 호흡은.
“사실 이 영화를 통해 (이)이경 형을 처음 알았다. 교복 입은 모습만 보고 내 또래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나이가 많았다. 근데 워낙 동안이라 교복을 입어도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촬영을 쉴 때나 분장을 할 때는 형과 공통관심사인 스포츠 얘기를 많이 했다. 현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감정에 몰입해서 진지하게 연기했고.”
-선과 악이 공존한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감독님들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실 때마다 너무 부끄럽다. 배우로서 장점인 거라고 하지만 들을 때마다 익숙해지지 않는다. (웃음) ‘여교사’ 김태용 감독님, ‘괴물들’ 김백준 감독님께 감사할 뿐이다.”
-예리(박규영)를 향한 마음은 연민이었던 걸까.
“대본을 봤을 때는 무슨 감정인지 알 것 같았는데 이경이 형과 촬영하다 보니 예리를 향한 감정이 애매모호해지기도 했다. 예리는 6세 아이의 지능을 가진 아이라 챙겨준다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거지 사랑하는 것 까지는 아니다. 나로 인해 아픔이 생긴 친구라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개봉을 앞둔 ‘명당’에서 세도정치로 힘을 잃은 왕 헌종 역을 맡게 됐는데.
“사실 내겐 너무 과분한 역할이라 나중에 연기하면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허투루 연기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트레이닝을 독하게 받았다. 사극 연기는 처음이라 발성, 발음을 연습했고 거의 매일을 소리 지르다시피 했다. 대본리딩할 때도 목이 쉬었다. 그래도 소리를 내지르다 보니 나중에는 목소리에 힘이 생기더라. 촬영을 하는 내내 배에 탄 선원으로서 감독님을 믿고 따랐다.”
-꽃꽂이가 취미인 걸로 아는데 새로운 취미생활이 생겼다면.
“혼자 할 수 있는 취미가 많다. 요즘은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NEW 코리아 헌터’를 열심히 보고 있다. 우리나라 귀인들을 찾아 떠나는 내용인데 은근히 재미있다. ‘백종원의 집밥백선생’ 책을 사서 요리를 하기도 했는데 어머니가 그 책을 보고 떡국 레시피를 바꾸셨다. 그 책이 엄청나다.(웃음) 주로 혼자 하는 취미가 많은 편이다. 힘들 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있을 때 오히려 치유 받는다. 이걸 이해해주는 여성이 아직은 없는 것 같다.”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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