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늦추지 않는 미국
트럼프 “합의까지 제재 계속” 트윗
펜스 “미국 양보 없는데도, 북한 대화 요청”
의회서도 “제재 유지” 한목소리
“김정은 정당화에 동원될 뿐”
전직 북한 담당 외교관들은 회의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회담이 가시권에 올랐지만 미국은 여전히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북한과의 회담에서 미국의 목적인 ‘한반도 비핵화’가 중요하다며 실질적인 조치가 나올 때까지 대북제재를 포함한 ‘최대 압박’ 정책은 유지하겠다고 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 제안이 공개된 이후 트위터를 통해 “큰 진전을 이뤘다”면서도 “제재는 합의에 이를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적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9일(현지시간) 오전 내놓은 성명에서 “북한은 미국이 단 하나도 양보하지 않았음에도 대화 테이블로 들어왔다”고 적었다. 또 “우리는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이룰 때까지 모든 제재 조치를 유지하며 최대한의 압박 정책을 이어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이날 백악관에서 “북한의 말이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질 때까지 압박을 지속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는 과거 북한이 미국 및 국제사회와의 비핵화 합의를 수 차례 깬 것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경계심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전직 대통령들이 북한과 25년 동안 대화했지만 이용만 당했다”라며 빌 클린턴ㆍ조지 W. 부시ㆍ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백악관도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은 동맹과 파트너들과 함께 단결하고 있고,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의회 지도자들도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코리 가드너 공화당 상원의원(콜로라도)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회담을 위해서 “완벽하며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가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정부의 ‘최대 압박’ 정책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었다는 평가도 제재 유지에 힘을 싣는다. 공화당 소속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과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김정은의 북미회담 초청은 대북 제재가 효과를 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전직 북한 담당 외교관들은 북한과의 대화에 일제히 회의론을 내비쳤다. 북한의 메시지가 과거와 특별히 다를 것이 없을 뿐 아니라 트럼프 정부에서 북한과의 대화에 충분한 준비가 없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아시아 안보보좌관을 맡았던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북한이 제재를 우회하고 핵개발 계획의 사실상 정당성을 얻으려 하고 있다”라고 논평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 같은 직을 맡았던 에번 메데이로스 유라시아그룹 아시아담당대표는 “김정은과의 직접 대화는 그를 정당화하는 데만 동원될 뿐 우린(미국) 아무 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최고위급 수장의 협상이 실패할 경우 더 이상 쓸 외교적 카드가 없다는 점에서 전쟁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뉴욕타임스 기고글에서 “외교 협상에서 최고 레벨인 두 사람의 협상이 실패하게 되면 가용할 다른 외교적 자원이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를 못 낼 경우) 우리는 정말로 북한에 대해 길을 잃을 것이며, 전쟁 위기에 더 가까워질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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