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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미 정상회담,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이정표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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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미 정상회담,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이정표 되길

입력
2018.03.09 19: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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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끈질긴 대화 노력 빛나

냉철한 현실 인식으로 동력 이어가야

우선 남북 정상회담 착실한 준비부터

북미 정상회담이 전격 타결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5월 내에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의 만남은 1948년 북한정권 수립 이후 처음이다. 지난 2000년 말 빌 클린턴과 김정일의 정상회담이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미국의 정권 교체와 여론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17년여 만에 다시 추진되는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는 물론 세계평화를 향한 역사적 이정표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북미 정상회담 타결은 그 자체로 파격이자 신선한 충격이다. 불과 세 달 전까지만 해도 전쟁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던 한반도에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북미 정상회담까지, 대화의 봇물이 터지는 상황이 펼쳐지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는 동시에 참을성 있게 낮은 자세로 이를 중재한 문 대통령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된 김 위원장의 메시지는 우리한테 밝힌 것보다 더욱 전향적이다.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면서 우리 측에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던 ‘군사적 위협 해소’나 ‘체제 안전 보장’은 꺼내지도 않았다. 핵ㆍ미사일 발사 실험 중단, 한미 연합훈련 실시 등에 대해서도 토를 달지 않았다. 정의용 안보실장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와 만나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발언도 소개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 및 북미관계 정상화까지의 길고 험난한 과정을 포괄적으로 타결해 보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예측을 불허하는 두 정상의 개인 성향으로 보아 앞으로 어떤 담대한 합의가 나올지 주목된다.

물론 두 정상의 만남만으로 수십 년을 끌어 온 북핵 문제가 단번에 해결될 수는 없다. 핵 동결로 시작되는 단계적 비핵화 조치,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사찰과 검증이 확보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비핵화 단계에 상응한 대북 제재 해제 및 경제 지원 등의 조치도 병행돼야 한다. 그 ‘이익의 균형’이 조금이라도 뒤틀리면 언제든 대화는 결렬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언급했듯, 실로 유리잔을 다루듯 조심해야 마땅하다.

애초에 예상됐던 북미 탐색적 대화가 정상 간 대화로 수직 격상됐지만 본질은 그대로다. 김 위원장이 밝힌 비핵화의 구체적 내용은 아직 불분명한 곳이 있고, 돌연한 대화 공세에 대한 합리적 의심도 남아 있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수용 뒤 트위터에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다짐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 자세야말로 장기간에 걸칠 북미ㆍ남북대화에서 북한의 속셈을 차단할 최후의 안전판이기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4월 말에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의 의미도 더욱 커졌다. 북미 정상회담으로 제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방향과 갈래를 잡아야 한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소식을 “기적처럼 찾아온 기회”라며 "성실하고 신중히, 그러나 더디지 않게 진척시키겠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의 조건 혹은 여건으로 북미 대화에 공을 들여 온 정부 입장에서 조급증을 버리고 차분하게 임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김 위원장의 초청 제의를 흔쾌히 수락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은 남북한 주민, 더 나아가 평화를 바라는 전 세계인의 칭송을 받을 것”이라고 공(功)을 돌린 것도 북미 대화 중재자로서 적절한 태도다.

그 연장선상에서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몇 가지 원칙을 지켜 내야 한다. 우선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의) 목표는 당연히 비핵화다. 핵확산 방지나 핵동결로는 만족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회담이 앞선 두 차례의 정상회담처럼 민족적 감성에 기대는 이벤트로 그쳐서는 안 된다. 대화를 하더라도 최종 타결될 때까지 제재 완화는 없다는 국제사회의 결연한 의지도 분명히 전해야 한다. 시간만 끌다가 어느 순간 그때까지의 합의를 파기하고 핵ㆍ미사일 개발을 재개할 경우 더욱 혹독한 제재와 봉쇄를 겪으리란 점도 각인시켜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의 전 과정에서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과시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비핵화나 흔들림 없는 대북 제재에 대한 원칙을 공유하지 못한다면 한미동맹 약화나 대북 제재 이완이라는 북의 노림수에 걸릴 수 있다. 모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미국과 공유해야 함은 물론이다.

한반도 정세를 크게 가를 향후 2, 3개월 사이 국론 분열을 억제하는 노력도 불가결하다. 현재의 한반도 정세 변화에 국내 정치 차원의 유ㆍ불리 잣대를 들이대려는 소아병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국민도 그래야겠지만, 우선은 정치권부터 역사의 중대 고비에 서 있다는 역사공간 인식을 가질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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