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성·윤호영 등 승부처에 쓰고
나머지 선수 활용 ‘시너지 효과’
개막 5연승 하고도 ‘꼴찌 후보’
시즌 종착역엔 당당히 PO 진출
원주 DB는 개막 5연승으로 2017~18시즌을 시작했다. 이 때만 해도 ‘반짝’ 개막 효과로 치부됐을 뿐 ‘꼴찌 후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김주성은 은퇴를 앞뒀고, 1년 전 아킬레스건을 다친 윤호영의 복귀 시점은 장담할 수 없었다. 주전 가드 허웅은 군 입대를 했다. DB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가 없는 것이 당연했다. 이상범 DB 감독도 “꼴찌만 면하자는 생각으로 시즌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즌 종착역을 앞두고 DB의 행보를 더 이상 ‘돌풍’이라 말하는 사람은 없다. DB의 상승세는 개막 5연승 이후에도 계속됐다. 올스타전 휴식기를 앞두고 24승9패를 기록, 당당히 단독 1위에 오르더니 시즌 끝까지 순위표 맨 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두경민과 외국인선수 디온테 버튼 그리고 골밑의 버팀목 로드 벤슨이 DB 전력의 핵심이다. 노련한 김주성과 윤호영은 주로 후반에 해결사로 나선다.
올 시즌 DB의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약한 팀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6년차 두경민에게 에이스의 중책을 맡겼다. 베테랑 김주성은 4쿼터 승부처에서 요긴하게 활용했다. 윤호영, 한정원 등 부상선수들과 김주성의 1~3쿼터 공백을 나머지 선수들이 메웠다. 고육지책이었지만 이는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고 선수들은 시즌을 치르면서 성장했다. 결국 전체적인 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승리를 거듭할수록 선수들은 자신감까지 얻어 진짜 ‘강팀’으로 환골탈태했다. 이 감독은 부상 선수들이 복귀한 이후에도 이런 흐름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기존에 헌신한 선수들에게도 계속 기회를 부여했다.
이 감독은 “지금과 같은 선수 운영 방식은 야인으로 지낼 때 배우고 공부하면서 언젠가 한번 시도해보자고 생각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안양 KGC인삼공사 사령탑이던 2009~10시즌 과감한 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개편한 뒤 2011~12시즌 우승까지 일군 ‘경력자’다. 이번엔 단 한 시즌 만에 리빌딩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완벽히 잡았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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