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 용병
2년전 드래프트 순위 끄트머리
스무살에 197㎝ 최단신 저평가
뚜껑 열어보니 최정상급 활약
트리플크라운 제조기 별명까지
프로배구 남자부 우리카드의 파다르(22ㆍ헝가리)는 특급 용병이다. 정규리그 1경기를 남겨둔 9일 현재까지 득점 1위, 서브 1위, 후위공격 1위, 공격성공률 4위에 오르며 최정상급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 10월 25일부터 3경기 연속 트리플크라운(서브ㆍ후위공격ㆍ블로킹 각 3개 이상)을 달성해 ‘트리플크라운 제조기’라는 별명도 얻었다. 발군의 점프력으로 블로킹 순위에서도 외국인 가운데 최고인 10위에 올라있다.
파다르는 입단 당시만 해도 큰 기대를 모으지 않았다. 키가 197㎝로 외국인 선수 중 최단신이었고, 지명 당시 스무 살로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24명 가운데 가장 어렸기 때문이다. 1996년생인 파다르는 당시 가장 나이 많은 외국인 선수 가스파리니와 띠동갑이었다. 우리카드의 막내 나경복보다도 두 살 어렸다.
높은 타점에서 내리 꽂는 시원한 공격을 기대할 수도 없었고, 나이가 어려 노련미도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때문에 트라이아웃 이전 평가에서 전체 24명 선수 중 21번에 불과했다. 당시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은 “나이가 어려 잠재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2016년 5월, 2016~17시즌을 앞둔 프로배구 남자부는 최초로 외국인 트라이아웃을 실시했다. 외국인 선수 24명을 모아두고 3일간 공개 평가를 거친 뒤 드래프트 순위에 따라서 차례대로 지명하는 방식이었다. 지명 순위는 추첨으로 정했다. 전력평준화를 위해 직전 시즌 순위가 낮은 팀일수록 먼저 지명권을 얻을 확률이 크게 만들었다. 연봉도 일률적이었다. 몸값 거품을 없애자는 취지였다.
직전 시즌 7개 팀 가운데 꼴찌를 기록한 우리카드는 확률 추첨상 1순위 지명이 유력했다. 하지만 1순위 지명권은 엉뚱하게도 직전 시즌 4위 대한항공에 돌아갔다. 14.29% 확률이었다. 우리카드는 지독한 추첨 불운 탓에 5순위까지 밀려났다. 우리카드 관계자들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이들은 ‘스톱’을 외친 뒤 장고에 들어갔다. 7분 간의 난상토론 끝에 우리카드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파다르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데뷔전부터 날았다. 2016년 KOVO컵 삼성화재와 경기에서 44득점 활약을 펼쳤다. 키는 작았지만 타점이 높았고, 들쭉날쭉한 토스도 감각적으로 잘 때려냈다. 자신을 뽑지 않은 4팀(대한항공, KB손해보험, 한국전력, 삼성화재)의 감독과 팬들을 놀라게 하고 싶었다고 이를 악물었다. 입단 첫 시즌 득점 2위, 공격 종합 5위, 서브 3위를 기록하며 자신에 대한 평가를 뒤집었다.
무난히 재계약에 성공한 파다르는 이번 시즌 더욱 일취월장했다. 파다르는 8일 “(키가 작아배구를 못 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서 기쁘게 생각한다. 키가 작지만 그만큼 더 높게 점프를 했다”며 웃었다. 개인타이틀 부문에서 좋은 성적을 내 기쁘지만 팀이 6위로 하위권에 머문 것은 뼈아프다. 파다르는 “플레이오프에 꼭 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우리카드에서 2년을 채운 파다르는 원 소속 구단 재계약 우선권이 사라졌다. 한국에서 계속 뛰려면 트라이아웃에 다시 참가해야 해 우리카드에서 3번째 시즌을 보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일본 V프리미어리그 등 다른 리그에서도 파다르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다르는 “헤어진다는 게 아쉽고 슬프다”면서 “단순히 배구경기만 보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를 펼친 경기장 분위기가 그리울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