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국면 속 단계별 접근 노리는 듯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비핵화를 주제로 한 대미대화 의지를 밝히는 과정에서 전과 달리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은 앞서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협상에서 경수로ㆍ중유 제공, 에너지 지원 등 주고받기 식으로 임해 왔는데, 북미대화에 조건을 달지 않는 최근의 모습은 대북제재 국면에서 지원 요청이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우선 대화에 임한 다음 차후 속내를 들어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방미 중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후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만나길 갈망하며, 김 위원장이 추가 핵ㆍ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내용을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5월 안에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미간 정상회담이 가시화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김 위원장이 북미 접촉에서 조건을 달지 않은 점이다. 과거 북한은 북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미국 등 국제사회와 대화를 할 때면 늘 조건을 달았다.
1994년 제네바합의 때에는 핵시설 동결을 약속하는 대신 미국 등의 경수로ㆍ중유 제공을 받기로 했고,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몇 차례 6자회담을 거쳐 이듬해 발표된 이른바 '2ㆍ13합의'에서는 핵시설 폐쇄와 불능화 대신 에너지 100만t 지원을 이끌어냈다.
같은 해 채택된 '10ㆍ3합의'에서도 중유 100만톤에 해당하는 경제적 보상을 따냈다.
반면 먼저 북한이 대미대화 의지를 밝힌 것은 지난해 9월 6차 핵실험 이후 보다 강력하게 숨통을 조여오는 대북제재 국면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대북제재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미국에 지원을 요청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우선 큰 틀에서의 의제를 다룬 뒤 상황을 보면서 단계별로 대응법을 판단할 것이란 관측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현재 북한은 정상적인 무역과 교역이 모두 차단된 상태인데 대화에 나서겠다는 조건으로 각종 경제 지원을 요청한다고 해서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만약 북미대화가 진전이 되면서 '핵실험 중단→시설 폐기→핵 폐기' 등의 단계별 접근이 이뤄진다면 그 때에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 요청이나 더 나아가 대북제재의 완화 또는 해제까지 요구할 수 있을 이라는 예측이다.
김 교수는 "북한이 아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리는 없다"며 "다만 지금 북한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하는 모습은 북한이 변했다기 보다 상황에 맞춰 행동하려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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