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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소환 앞둔 MB, 전략도 못 짜고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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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소환 앞둔 MB, 전략도 못 짜고 전전긍긍

입력
2018.03.09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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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시절 MB. 청와대사진기자단
대통령 시절 MB. 청와대사진기자단

김백준 김진모 등 최측근 줄구속

“내용 잘 몰라… 모여도 답 안 나와”

참모들 마땅한 대책 못 세워

여론도 악화… 14일 조사 응할 듯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둔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정치 보복’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던 적폐 청산 수사 초기 모습과 달리 검찰 수사 수준을 알지 못해 전혀 대응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모든 의혹의 키를 쥐고 있는 측근들이 줄구속되고, 증거자료 대부분이 검찰에 압수된 탓이 크다는 말이 나온다.

8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과의 한판 승부를 앞둔 이 전 대통령이 예상과 달리 마땅한 대비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겉보기엔 판사 출신 강훈(64ㆍ연수원14기)변호사와 검사 출신 정동기(65ㆍ8기) 변호사를 내세워 방어전략 마련에 잰 걸음을 내고 있는 듯 하지만 실상은, 검찰이 확보한 자료와 진술을 언론을 통해 파악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MB측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기사가 하나씩 나오면, 그 내용이 맞느냐고 이 전 대통령께 여쭙는 정도”라고 말하고 있을 정도다. 예컨대 ‘다스 실소유주는 MB’라는 보도가 나오면 이 전 대통령에게 “이게 맞습니까”라고 물어보는 수준 이상으로 할 게 없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는 내 것이 아니다”라고 답하면 이를 뒷받침할 증거와 법리를 구성해 전략을 짜야 하는데, 자료가 검찰에 넘어간 상황이라 이 전 대통령의 말만 믿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마저도 현재 참모 중엔 내막을 자세히 아는 이가 없어 전략을 짜기가 마땅치 않다고 한다. 이는 평소 정보를 공유하거나 대리인ㆍ2인자를 두지 않고, 모든 사안을 홀로 결정하고 지시한 이 전 대통령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다. 오랜 시간 이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한 측근은 “모든 걸 알고 있는 분은 이 전 대통령밖에 없다”며 “내용을 모르는 참모 수 십 명을 모아놓고 이야기해봐야 무슨 답이 나오겠냐”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 1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MB참모들은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부인했지만, 정작 실체를 몰랐던 사람들은 MB참모들이었다.

소환을 앞두고서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인 지금 형국에 비춰 검찰이 수사 초기 다스 실소유주ㆍ비자금ㆍ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등 의혹에 대해 소상히 아는 MB의 최측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구속한 것은 기막힌 맥점을 짚었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 이 전 대통령 주변에선 “김 전 기획관이나 김진모 전 민정비서관이 (구속되기 전에) ‘이러이러한 일이 있으니 대비해야 한다’는 식으로라도 언질을 줬다면 모를까, 검찰에 어떤 진술을 했는지 알기 어렵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통보한 소환날짜(14일)에 출석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지난 6일 검찰이 소환을 통보하자 “날짜는 검찰과 협의해 정하겠다”며 신경전을 펴는 듯 했지만 입장을 접는 모양새다. MB측 관계자는 “검찰이 소환 날짜를 14일로 ‘제안’해 온 줄 알았던 것”이라며 “날짜를 가지고 검찰과 옥신각신하는 모습은 없을 걸로 안다”고 말했다. 소환까지 충분한 시간간격을 둔 상황에서 버텨봐야 여론상으로도 이로울 게 없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이 전 대통령 비서실은 공식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지만 8일 청와대 경호처 관계자들이 서울중앙지검을 방문해 검찰과 조사 당일 경비문제와 동선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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