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조선업체인 성동조선과 STX조선의 구조조정 방향이 확정됐다. 정부는 8일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경영 한계에 이른 성동조선에 대해 즉각 법정관리를, STX조선에 대해 ‘조건부 법정관리’를 각각 결정했다. 조건부 법정관리는 향후 1개월 간 고강도 자구계획과 사업재편 방안을 마련해 4월9일까지 노사확약서를 제출하되, 미진하면 그 때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등 정치 일정 때문에 구조조정 원칙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있었지만 이번 결정으로 ‘독자 생존력 없는 회사는 살리지 않는다’는 정부의 원칙과 의지가 재확인됐다.
양사 구조조정은 수많은 재직ㆍ하청 노동자들의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지역경제 타격은 물론 대량 실업이 불가피해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도 충돌한다. 정부가 2차 컨설팅까지 의뢰하며 ‘독자 생존’의 비전을 찾아보려 애쓴 이유다. 하지만 2차 컨설팅에서도 뚜렷한 가능성을 찾아내지 못했다. 성동조선의 경우 블록ㆍ개조사업 진출안이 제시됐지만 업황 회복 지연으로 대형 조선사가 중견사에 블록 제작을 의뢰할 여건이 안 되고, 선박 수리ㆍ개조사업도 후진적 환경오염형 사업이라는 게 걸림돌이 됐다.
STX조선에 1개월 조건부 법정관리 유예를 결정한 건 1차 법정관리를 겪으며 재무건전성이 개선됐고, 신규 자금 없이도 당분간 생존이 가능한 점, 주력 선종의 시황 회복 가능성 등을 고려한 것이다. 11척의 유효 수주 잔량, 설계 기술력 등도 감안됐다. 정부는 “두 회사 모두 정상화가 불확실하지만 한꺼번에 정리할 경우 협력업체 위기 가중 등 조선업 생태계가 붕괴할 우려가 있다”며 ‘산업적 측면’도 조건부 결정의 배경이었음을 시사했다.
이번 결정은 구조조정의 큰 방향을 정한 것일 뿐, 구체적 실행 단계에서 또 다른 난관이 예상된다. 채권단은 일단 “성동조선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향후 회생계획안 마련 과정에서 원칙이 흔들릴 위험은 여전하다. STX조선도 마찬가지다. 회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평가된데다 1개월 후면 지방선거를 눈앞에 둔 시점이 된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구조조정이 표류할 위험이 오히려 더 크다. 하지만 비전 없는 한계기업을 연명시키는 실패가 또 다시 반복되면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의 전반적인 틀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성동ㆍSTX조선 구조조정에서 끝까지 원칙이 관철돼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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