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전 이뤄지고 있다는 데 낙관”
온건파, 대화 재개 긍정적 인식
“나쁜 결말 예전 영화 속편 우려”
강경파는 ‘북 과거’ 빌미 회의적
트럼프, 양측 의견 들으며 저울질
초강경 존 볼턴 前유엔대사 면담
도널드 트럼프 정부 내 대북 강온파들이 북한의 대화 제의를 두고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강경파들은 과거 북한과의 합의가 실패를 거듭했다는 점에서 진지한 대화로 이어지질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반면 온건파들은 북한의 대화 제의를 조심스럽지만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북한과의 협상을 담당할 대북 특사가 누가 선택되느냐가 강온파간 주도권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고 CNN은 내다봤다.
그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대북 압박 정책아래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방점을 찍어온 반면,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은 협상을 불신하며 선제 타격 방안을 고려해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한국 특사단의 남북간 합의 발표를 두고서도 양측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매티스 장관은 7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의 대화 전망을 묻는 질문에 “분명히 우리는 어떤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데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는 이전에도 낙관적이었다. 그래서 행동을 지켜보면서 말과 일치하는지를 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신중한 기조 속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에티오피아를 방문 중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8일 기자회견에서 “어쩌면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다만 뒤이어 “미국은 (북한에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아직까지 협상을 위한 여건이 마련됐는지 알 수 없다”라며 “우선은 ‘대화를 위한 대화’가 첫 단계”라고 말했다.
반면 백악관 관계자는 기자들과의 전화 브리핑에서 “북한 계획이 핵무기를 계속 만들 시간을 벌려는 것이라면 대화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이전에 그런 영화를 봤으며 매우 나쁜 결말을 가진 그 최신 속편을 만들려는 게 아니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북한이 과거 비핵화 합의를 반복해서 깼던 전례를 들춰낸 것이다. 강경파에 속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으며 우리 입장은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신뢰할만하고 검증가능하며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때까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대 압박을 강조했다. 전날 “남북에서 나온 발표는 매우 긍정적이다”고 반응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대북 선제 타격을 주장해온 초강경 인사인 존 볼턴 전 유엔 대사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양측 의견을 모두 들으며 저울질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 같은 강온파간 반응은 북미대화가 시작돼도 미국 내부의 끊임없는 갈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대북 협상을 책임질 대북 특사 자리에 누가 앉느냐에 따라 향후 협상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국무부는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셉 윤 대북정책특별대사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자리를 놓고 외부 전문가를 임명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CNN이 전했다. 이와 관련 조엘 위트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10년간 북한과의 접촉 빈도가 줄면서 미국의 대북 협상력도 약해졌다”며 “북한 사람을 직접 면대면으로 다뤄본 경험이 있는 인사로 협상을 맡을 적임자를 빨리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악관 내 강경파의 입김으로 초강경 인사가 선택될 경우 북한의 대화 거부 등으로 대북 협상이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난기류에 휩싸일 수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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