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19공동성명 재확인 도움될 것”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7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의 대북 특사가 밝힌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주장은 새롭지 않으며, 미국의 대북억제책 확대를 종결시키고 한미 관계를 약화시키려는 북한정권의 소망을 드러낸 것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차 석좌는 이날 리사 콜린스 CSIS 연구원과 함께 작성한‘북한 문제의 돌파구인가’라는 CSIS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이 보고서에서 “북한이 대화 기간 중 추가 핵ㆍ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겠다고 한국 정부를 통해 전했고 4월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지만, 북핵 문제의 돌파구가 마련됐는가를 묻는다면 ‘아직은 아니다’라고 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외교행보는 핵 개발과 경제 개발을 동시에 추구하면서도 두 목표는 다른 하나의 달성을 위해 희생될 수 없다는 ‘병진’전략의 맥락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런 점에서 북한의 외교행보는 전략적 변화를 보여주는 분수령이 아니라 핵 무기를 발판으로 외부 세계의 지원을 얻어내려는 전술적 변화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4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그는 “대화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한미 양국의 정책을 조율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를 병행하겠다고 했지만, (북한 측 제안에 대해) 미국이 어떤 가시적 답변도 안 했는데 4월 정상회담을 발표해 버렸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양자협상이 됐건 다자협상이 됐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진행을 위해서는 2005년 6자회담 공동선언(9ㆍ19 공동성명)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 성명은 북한이 문서로 자신의 핵 프로그램과 핵 무기를 포기하겠다고 한 유일한 약속이자 미국이 북한을 핵이나 재래식 무기로 공격하지 않겠다고 확인한 최근의 문서”라면서 “일본, 중국, 러시아, 한국 등 이 성명에 참가했던 관련국들도 원칙들을 재확인하는 일에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9ㆍ19공동성명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믿지 못하는 미국과, 미국의 군사행동 가능성을 우려하는 북한 간에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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