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석해 수사 협조가 우선”
변호인단 꾸려 檢조사 대비 관측
다른 피해 여성도 곧 고소장 제출
경선때 安캠프 성추행ㆍ폭력 난무설
檢, 압수수색한 오피스텔 CCTV서
安ㆍ김지은씨 확인… 安 출국 금지
정무비서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자청한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했다. “끝까지 비겁하다”는 비난이 들끓었다. 김지은씨 외 또 다른 피해자가 검찰에 안 전 지사를 고소하기로 하면서 추가 폭로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안 전 지사의 출국을 금지하고, 압수수색을 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안 전 지사는 8일 오후 3시 홍성군 충남도청에서 열기로 한 기자회견을 2시간 전인 이날 오후 1시쯤 취소했다. 신영철 전 충남지사 비서실장을 통해 “검찰에 출석하기 전에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 드리려 했다”라면서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검찰에 출석하여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기자회견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장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기보다 검찰 조사에 대비해 변호인단을 꾸리고 법적 대응논리를 마련하는 데 무게를 뒀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소 행렬과 추가 폭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아야 하는 기자회견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계산도 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피해자가 더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했다가, 뒤이어 다른 피해자가 등장하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기자회견장에서 침묵시위를 준비하던 대전ㆍ충남ㆍ세종지역 20여개 여성단체 모임 ‘충남성희롱사건대책협의회’ 회원들은 회견 취소 소식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수영 아산풀뿌리여성연대 대표는 “여성 인권에 대해 누구보다 깊은 관심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더니 자신의 행위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 모습이 비겁하다”고 말했다. 충남도청노조도 “기자회견 취소는 국민을 우롱한 처사”라며 “안희정의 비겁함과 비열함은 충남도정의 시계를 수십 년 후퇴시켰고 정의와 민주주의도 오염시켰다”고 비난했다.
이날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성협)는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또 다른 피해자 A씨가 변호사를 선임하고, 안 전 지사에 대해 ‘업무상 위계ㆍ위력에 의한 간음’ 등 혐의로 조만간 서울서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씨 변호인단은 앞서 안 전 지사를 고소한 정무비서 김지은씨와 별도로 꾸려진다.
전성협에 따르면 A씨는 안 전 지사가 주도해 만든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에서 4, 5년 근무한 직원으로, “안 전 지사가 2015년 10월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연구소 인근 뒤풀이 장소에서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고, 지난해 1월에는 서울 한 호텔로 불러 성폭행하는 등 7차례에 걸쳐 성폭행과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A씨는 “성폭행 사실을 폭로한 김씨 인터뷰를 보고 피해 사실을 공개하게 됐다”고 전성협을 통해 설명했다.
검찰은 이날 안 전 지사의 출국을 금지하고, 먼저 고소장이 접수된 김씨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날에는 마포구 한 오피스텔을 압수수색해 폐쇄회로(CC)TV 등을 확보했다. 이 오피스텔은 피해자 김씨가 주장한 ‘네 번째 범죄(지난달 25일)’가 이뤄진 곳으로, 검찰은 CCTV를 통해 안 전 지사가 지난달 24일 밤에 들어가는 장면과 김씨가 25일 새벽 들어갔다 몇 시간 뒤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안 전 지사 혐의와 관련된 장소 여러 곳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도 검토 중이다. 전성협 관계자는 “온라인을 통해 퍼지고 있는 김씨에 관한 사설 정보지 내용 중 이혼 사실을 제외하고는 모두 허위 사실”이라며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추가 고소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 등에서는 지난해 안 전 지사 대선 경선 당시 캠프에서 성추행과 폭력이 난무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추가 피해자 등장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안 전 지사의 민주당 경선캠프에서 일했던 이들은 ‘김지은과 함께 했던, 그리고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입장문을 내고 “노래방에 가서 누군가 끌어안거나, 허리춤에 손을 갖다 대거나, 노래와 춤을 강요하는 것은 (캠프에서) 흔한 일이었다. 일부 선배에게 머리를 맞거나 뺨을 맞고도 술에 취해 그랬겠거니 하고 넘어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홍성=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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