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술마실 사람” 대학생 은밀한 만남 이뤄지는 커뮤니티 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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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술마실 사람” 대학생 은밀한 만남 이뤄지는 커뮤니티 앱

입력
2018.03.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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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오늘 저녁 7시 신촌에서 블라(블라인드 데이트)할 여자 없니?”, “주말에 나랑 텔 잡고 술 마실 사람?”

대학생 전용 커뮤니티 어플인 ‘캠퍼스픽’에 접속하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내용이다. 해당 어플 내 ‘모두의 연애’ 커뮤니티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 넘게 이런 글이 올라온다. 단순 데이트 상대부터 연애 상대까지, 심지어 하룻밤 파트너를 찾기도 한다. 심야 시간에는 수위가 높아진다. 특정 신체부위를 인증하는 사진들이 올라오기도 하며, 야한 대화를 나누기 위한 익명의 톡방이 개설되기도 한다. 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캠퍼스픽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어플 ‘에브리타임’에서도 은밀한 만남이 이뤄져 논란이 됐었기 때문이다.

변질된 커뮤니티 정보공유 앱

2010년 대학생들의 시간표 관리를 돕고 대학생활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개발된 어플 ‘에브리타임’은 학생들의 소통을 위한 커뮤니티 기능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가운데 ‘모두의 연애’는 자유로운 연애 관련 상담글과 이성과의 만남을 원하는 학생들의 게시물로 가장 활발하게 운영됐던 커뮤니티였다.

하지만 일부 커뮤니티는 성격이 외설적으로 변질되며 본래 취지를 잃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프리19’라는 커뮤니티는 여성들이 자신의 몸매를 과시하는 사진을 직접 찍어 인증하거나, 원나잇 스탠드를 한 상대 이성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는 등 국내 최대 음란사이트였던 ‘소라넷’과 거의 유사한 행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한 대학생은 “동아리나 학교생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가입했다가 깜짝 놀랐다”며 “또래 친구들이 생각보다 개방적이어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성에 어느 정도 개방적인 태도를 갖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당시 커뮤니티에서 벌어졌던 행태는 거부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에브리타임 측은 신고 관리 체계를 만들어 커뮤니티를 스스로 정화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생 커뮤니티 정보공유 앱의 익명 게시판

그런데 에브리타임이 커뮤니티 정보공유 기능을 분리해 새 어플 ‘캠퍼스픽’을 출범시키면서, 비슷한 문제가 캠퍼스픽에서 발생했다. ‘프리19’는 없어졌지만 연애 전문 커뮤니티였던 ‘모두의 연애’가 그 기능을 이어받으며 여전히 은밀한 만남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신분 확인 가능해 무분별한 만남보단 안심”

이처럼 어플에서 은밀한 만남이 성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각자 소속 학교를 인증해야 하는 가입절차 때문이다. 대학생 김정식(가명ㆍ〮26)씨는 에브리타임의 ‘프리19’부터 현재 캠퍼스픽 ‘모두의 연애’까지 수년간 커뮤니티를 이용한 헤비유저다. 김씨는 “처음엔 거부감이 들었으나 상대가 대학생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한 안정감을 느꼈다”며 “혹시 모를 성병 감염이나 범죄 관련 위험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미(가명ㆍ〮25)씨 역시 해당 커뮤니티를 통해 이성과 잠자리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김씨는 “이 어플을 이용하기 위해선 대학생 신분을 인증해야 한다”며 “클럽이나 헌팅 술집에서 전혀 모르는 낯선 이성과 만나는 것보다는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플의 ‘오픈카톡’ 기능은 은밀한 만남에 날개를 달았다. 오픈카톡은 서로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익명으로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다. 상대에 대한 호감이 없다면 그대로 방을 나가버리면 되고, 만약 호감이 있다면 그대로 연락을 주고 받거나 별도의 메신저를 이용하면 된다.

대학생 이준성(가명〮ㆍ25)씨는 이 서비스를 통해 만난 여자친구와 6개월 째 교제 중이다. 이 씨는 “소개팅 어플과 비슷하지만 대학생이란 신분이 확인된 상대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며 “하룻밤 상대를 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연애 목적으로 구인 글을 올리고, 하룻밤 상대에서 연인까지 발전한 경우도 꽤 봤다”고 말했다.

‘블라’부터 ‘오카’ 통화상대까지 다양한 만남

만남의 형식도 다양하다. ‘블라’는 ‘블라인드 데이트’의 약어로 남녀가 장소와 시간만을 메시지로 합의한 뒤 만나는 것을 뜻한다. 간단한 정보를 주고 받기도 하지만, 보통 외모나 신체조건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만나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오카’는 ‘오픈카톡’의 줄임말로 익명으로 이야기할 대화상대를 찾는 것이다. 시시껄렁한 잡담부터 ‘야톡(야한 얘기만 하는 톡)’까지 대화 주제는 천차만별이다. 메신저 무료 통화를 이용해 통화 상대를 찾는 경우도 있다. 다만 대화에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예컨대, 얼굴 사진을 보낼 때 신상 보호를 위해 눈만 찍어 보낸다던가, 익명 대화방에서 신상정보를 집요하게 물을 경우 대화를 끊는 것들이다. 대화로 끝나는 경우도 많지만, 서로에 대한 호감이 생길 경우 단계적으로 친밀도를 높여 직접적인 만남에 이르는 경우도 적잖다.

문란한 대학생? 서비스업체의 정화 노력 필요

사실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는 이미 매우 다양하다. 모바일 서비스 중에서는 ‘아만다’, ‘정오의 데이트’ 등 어플과 ‘틴더’, ‘모모’ 등 해외 어플이 있다. 이 중 아만다는 지난해 국내 앱 매출 5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학생들이 데이팅 앱이 아닌 커뮤니티를 통해 은밀한 만남을 추구하는 이유는 편리성 때문이다. 김정식(가명ㆍ26)씨는 “데이팅 앱도 상대와 매칭되는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하다”며 “그렇게 매칭된 상대와 만나봤지만 오래 기다렸던 만큼 만족스럽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커뮤니티를 통하면, 쉽고 빠르게 서로에 대한 호감도를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취업준비생 김현정(가명ㆍ25)씨는 “N포세대, 3포세대라고 하는 말처럼 취업이 어려워 연애상대를 구하러 다닐 마음의 여유도, 시간적 여유도 없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빠르고 편리하게 연애감정을 느끼고 싶어 이용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가끔 연애감정마저도 사치스럽게 느껴져, 성적 욕구만을 해결하기 위해 상대를 찾기도 했다”며 “취업 준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는 감정과 시간 소모가 큰 연애보다, 원나잇 스탠드가 차라리 합리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커뮤니티를 통한 대학생들의 만남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다. 박진수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수석은 “시대흐름이 변해 생기는 자연스런 현상일 뿐”이라며 “이로 인해 성을 가볍게 볼 수 있다는 프레임은 기성세대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설 논란에 대해서도 “비난의 화살이 모조리 대학생들에게 쏟아져선 안 된다“며 “서비스 관리자의 게시물 관리 강화 등 자정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N포세대란 말은 사실 달가운 말은 아니다”라며 “힘든 현실 속에서 나름의 인간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20대를 ‘포기’라는 단어로 무력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송영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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