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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선배’ ‘국민영미’ 없어도 컬링의 감동은 계속된다

입력
2018.03.08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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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휠체어 컬링 대표팀.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한국 휠체어 컬링 대표팀.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얼마 전 막을 내린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건 여자 컬링 대표팀이었다. 큰 안경 너머로 매서운 눈빛을 쏘며 환상적인 샷으로 점수를 내고도 무표정했던 스킵(주장) 김은정(28)은 ‘안경선배’라 불리며 큰 사랑을 받았다. 김은정이 스위핑(브룸으로 얼음을 닦아내는 일)을 지시할 때 가장 많이 부른 “영미~”는 국민 이름 반열에 올랐다.

9일 개막하는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도 휠체어 컬링이 ‘안경선배’ ‘국민영미’의 감동을 이어갈 태세다.

휠체어 컬링은 휠체어를 탄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스위핑을 하지 않는다. 당연히 “영미”라고 외칠 일이 없다. 그만큼 투구 하나하나가 더 중요하다. 선수들이 허리를 숙이기 어렵기 때문에 딜리버리 스틱이라 불리는 긴 장대를 사용해 스톤을 밀듯이 하우스로 보낸다. 투구 선수 뒤에 다른 선수가 붙어 투구자의 휠체어를 잡아줘 반동으로 밀려나는 것을 막아준다. 스위핑은 안 해도 브룸의 존재는 중요하다. 브룸은 스킵이 투구 라인이나 목표 지점을 지시할 때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멀리서도 눈에 잘 들어오는 밝은 형광 계열의 색깔로 브룸 헤드를 정하는 경우가 많다.

차재관(앞)이 투구할 때 뒤에서 휠체어를 잡아주는 이동하.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차재관(앞)이 투구할 때 뒤에서 휠체어를 잡아주는 이동하.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휠체어 컬링의 브룸.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휠체어 컬링의 브룸.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남녀와 믹스더블(혼성 2인조)로 구분된 비장애인 경기와 달리 휠체어 컬링은 남녀 혼성 한 종목이다. 한국 대표팀은 스킵 서순석(47)과 차재관(46), 정승원(60), 이동하(45) 등 남자 4명과 여성 선수인 방민자(56)로 구성됐다.

컬링은 스킵의 성을 따서 팀 이름을 붙인다. 평창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팀은 ‘팀 킴(Team Kim)’ 이라 불렸는데 선수 전원에다 감독(김민정)까지 김 씨라 “모두 한 가족이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반면 휠체어 컬링은 5명 선수 성이 모두 다르다. 서순석은 여자 컬링대표팀의 ‘팀 킴’을 빗대 “우린 오성(五姓)이다. 선수 다섯 명의 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오성 어벤저스’로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휠체어 컬링은 안방 대회에서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 2010년 밴쿠버 패럴림픽을 앞두고 경기 이천의 장애인훈련원 수영장 물을 얼려 임시로 쓸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다. 당시 대표팀은 밴쿠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는데 휠체어 컬링인들은 이를 ‘수영장의 기적’이라 부른다. 지난 해 1월 이천훈련원에 휠체어 컬링 전용 경기장이 문을 열며 180도 달라졌다. 이곳에 설치된 카메라가 선수들의 시간대별 컨디션과 스톤의 흐름을 분석하는 등 최첨단 훈련으로 평창패럴림픽을 대비했다. 스태프도 백종철 감독을 포함해 8명이나 된다. 패럴림픽 실제 상황을 재연하기 위해 관중 사진을 대형 현수막으로 만들어 훈련장 양 옆에 붙이고 평창올림픽 당시 소음을 녹음해 훈련 기간 활용했다.

휠체어 컬링대표팀 방민자.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휠체어 컬링대표팀 방민자.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이번 대회에는 12개 팀이 참가해 예선을 거쳐 4강부터 토너먼트로 승부를 가린다. 백종철 대표팀 감독은 “1차 목표는 4강 진출이다. 일단 준결승에 오른 뒤 홈 관중 응원을 등에 업고 금메달, 은메달도 노려볼 것”이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서순석은 “우리 선수 대부분이 성장 과정에서 다친 ‘중도 장애’가 많다. 좋은 결과로 비슷한 처지의 분들에게 일어설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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