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노출 심한 옷차림도 원인”
피해자 책임 인식 비율 높아
한국의 남녀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성폭력을 겪고, 성폭력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을까. 그동안 공개된 설문결과와 각종 조사에 따르면 남녀를 불문하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비율이 상당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전국 성폭력실태조사(19세~64세 성인남녀 7,200명)’에 따르면, 여성 응답자의 20.6%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상대방이 고의로 나의 가슴ㆍ엉덩이 등을 건드리거나 일부러 몸을 밀착시키는 등의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여성 1,000명 중 2명(0.2%)은 강간을 당한 적이 있었고, ‘키스ㆍ애무 등 강한 강도의 성추행’이나 ‘강간미수’를 겪은 여성은 각각 1,000명 중 9명(0.9%)이었다. 여성의 30.4%는 상대방의 ‘성기노출’ 피해를 겪었고, 7.2%는 ‘직접적인 신체적 접촉 없이 말이나 몸짓으로 상대방을 성적으로 괴롭히거나 모욕을 주는 행위’를 겪었다. 남성은 ‘가슴ㆍ엉덩이 등을 건드리거나 일부러 몸을 밀착시키는 등의 성추행’을 당한 비율이 1.2%, ‘말이나 몸짓으로 상대방을 성적으로 괴롭히거나 모욕을 주는 행위’를 0.8%가 겪었다.
여성의 76.3%는 ‘밤늦게 혼자 다닐 때 성폭력을 당할까봐 무섭다’고 답했고, ‘집에 혼자 있을 때 낯선 사람의 방문(수리기사,택배 등)이 무섭다’(65.3%), ‘택시ㆍ공중화장실 등을 혼자 이용할 때 성폭력을 당할까봐 두렵다’(64.5%), ‘성별을 이유로 범죄의 표적이 될까봐 두렵다’(50.9%)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반면 남성의 경우 ‘밤늦게 혼자 다닐 때 성폭력을 당할까봐 무섭다’고 응답한 비율은 11.4%, ‘택시ㆍ공중화장실 등을 혼자 이용할 때 성폭력을 당할까봐 두렵다’는 경우는 8.6%에 그쳤다.
남성이 여성보다 성폭력을 피해자의 책임으로 돌리는 비율이 높았으나, 이에 동조하는 여성 비율도 상당히 높았다. 사회 전반적으로 가해자의 시각이 체화된 것이다. ‘여자가 알지도 못하는 남자의 차를 얻어 타다 강간을 당했다면 여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여성 51.1%, 남성 56.9%), ‘성폭력은 노출이 심한 옷차림 때문에 일어난다’(여성 44.1%, 남성 54.4%), ‘여자들이 조심하면 성폭력은 줄일 수 있다’(여성 42%, 남성 55.2%), ‘여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면 여자에게도 책임이 있다’(여성 40.1%, 남성 47.7%) 등이었다.
이진희 기자 ri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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