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16일 영국 런던의 하이버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영국 프리미어리그 최종 라운드. 종료 휘슬이 울리자 아스널 홈 구장 그라운드 위로 하얀색, 빨간색의 꽃가루가 흩날렸다. 한달 여 전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 지은 아스널은 3만8,000여 홈 관중 앞에서 역사적인 ‘무패우승’을 달성했다.
38전 26승 12무, 팀 최다 득점과 최소 실점까지 챙기며 완벽한 기록으로 우승했다. 간판 골잡이 티에리 앙리는 30골을 넣어 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105년 전인 1989년, 프리스턴 노스엔드가 18승4무로 무패 우승을 거뒀지만 당시에는 경기수가 22경기 뿐이었고 이제 막 축구 리그가 창설된 것이어서 팀 간 전력 차가 극심했다. 아스널의 무패우승이 전무후무하다고 평가 받는 이유다.
1996년 부임한 뒤 8년 사이 3차례나 리그 타이틀을 따낸 아르센 벵거 감독은 “이런 일이 가능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라면서 “우리는 아직도 승리에 목말라 있다”고 감격해 했다. 아스널은 그 다음 시즌 초반에도 무패 행진을 이어가 49경기 연속 무패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위기도 많았다. 2003년 9월에 있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원정에서는 경기 종료 직전 페널티킥을 내줬다. 맨유의 간판 골잡이 뤼트 반 니스텔루이가 찬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며 패배를 면했다. 레스터 시티와의 마지막 경기에서는 선제골을 내줬지만 앙리와 파트리크 비에이라의 연속 득점으로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이 경기에서 동점골, 역전골을 기록하며 대업에 마침표를 찍은 둘은 벵거에 의해 발탁돼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한 선수라는 점에서 상징적이었다. 천문학적인 투자를 등에 업고 급부상한 첼시 등의 견제를 뿌리치고 육성 선수 위주로 일궈낸 위업이라 그 의미가 각별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그 이후 무패우승이 나오지 않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는 이번 시즌 22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2003~04시즌 아스널의 대기록에 다가가는 듯 했지만 23라운드 리버풀과의 원정경기에서 발목을 잡혔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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