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ㆍ나도 당했다)’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지만, 미 국무부에서는 제대로 실현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제를 제기해도 침묵하고 묵살시키는 문화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5일(현지시간)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전ㆍ현직 국무부 직원들을 인터뷰해 이 같이 보도했다. 우선 피해 사실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피해자를 말썽을 일으키는 사람으로 낙인 찍는 일이 잦다. 유럽ㆍ유라시아 담당 외교관인 아델레 루페는 2015년 상사인 벤자민 지프가 호감을 보이던 여직원을 우대하기 위해 자신의 업무 기회를 박탈했다고 지난해 말 문제를 제기했는데, 지프가 자신을 ‘피해망상 환자’ 취급을 하며 공론화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국무부에서는 조직 내부에서의 평판이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해도 입을 다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력 개발에 피해가 될까 피해를 입어도 신고하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12년 간 국무부에서 일한 제나 벤 예후다는 “국무부 직원들은 ‘문제 인물’로 비춰지는 것을 꺼린다”며 “실제로 이 곳에는 참고 입 다무는 문화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폭로자가 애국적이지 않은 인물로 매도되는 경우가 많았다. 전직 국무부 관료는 “문제를 제기하면 미국을 옹호하는 임무가 아닌 딴 곳에 정신을 팔고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며 “불평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매도된다”고 덧붙였다.
절차에 따라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이 더디거나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성희롱을 신고한 한 여직원은 담당 부서에 사건이 배당 돼 조사에 착수하기까지 16개월이 걸렸다고 답했다. 총영사에게 성추행을 두 번이나 당한 직원은 인사팀으로부터 보고할 필요가 없다는 답변을 받기도 했다. 변호사인 린 버나베이는 “성폭력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조항이 있어도 별 도움이 안 된다”며 “좋은 관리자는 그것을 지키지만, 나쁜 관리자는 중간에서 잘라버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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