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핵동결 제네바 합의 파기
몰래 고농축우라늄 추진 의혹마저
9ㆍ19 공동성명, 10ㆍ3 합의 등도
1, 2차 핵실험 강행 무위로 돌려
국제사회, 北 진정성 의심 여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대표로 한 대북특별사절단이 북한 비핵화의 단초를 마련하는 성과를 가져왔지만, 북한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간 지속적으로 비핵화 관련 협의를 파기해 왔던 선례 때문이다.
북한은 1994년 미국과 핵 동결에 합의한 제네바 합의를 2002년 파기했다. 제네바 합의는 국제사회가 북한에 경수로 2기ㆍ중유 50만톤 등을 지원하면 북한은 핵 시설을 동결하는 한편 핵확산금지조약(NPT) 등에 복귀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2002년 북한은 핵 동결 해제를 선언했고 다음해 NPT 탈퇴를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비밀리에 고농축우라늄(HEU) 계획을 추진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북한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합의를 파기했다.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된 9ㆍ19 공동성명에서는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하고 NPT에 복귀하는 한편,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북한에 200만kW를 북한에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북한은 2006년 1차 핵실험을 단행하며 성명을 무위로 돌렸다. 이후 2007년 북한의 비핵화와 함께 대북지원 계획을 구체적으로 담은 2ㆍ13 합의와 10ㆍ3 합의가 수차례에 걸친 6자회담 끝에 합의됐지만 2009년 북한은 2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김정은 정권도 과거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 위원장 집권 직후인 2011년 말,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우라늄 농축 중단 등을 대가로 미국에서 식량 24만 톤을 지원받기로 한 북미 간의 2ㆍ29 베이징 합의가 도출됐지만 두 달이 안 돼 파기됐다.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한 장거리 로켓 광명성 3호 발사를 비난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이 발표됐다는 이유에서다.
북한은 2010년 외무성 비망록을 통해 제네바 합의 파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외무성은 북한을 핵 선제 공격대상에 포함시킨 미국의 핵태세검토보고서와 부시의 ‘악의 축’ 발언을 문제 삼아 합의 파기를 미국의 탓으로 돌렸다. 당시 비망록에서 외무성은 북한은 미국의 위협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핵을 보유하는 것이라며 “북한은 한반도와 세계의 비핵화를 위해 시종일관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도 말했다. 과거나 지금이나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겠다’는 북한의 언급에 선뜻 신뢰가 가지 않는 이유다.
북한이 그동안 파기한 각종 중대 협의 때문에 국제사회의 신뢰는 극도로 낮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6일 “20여 년이 넘는 북한과의 협상 역사에서 북한은 항상 합의를 파기해왔다”며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에 열린 마음이지만, 북한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박재현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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