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통전부 핫라인 MB때 단절
군 통신선 통해 남북 소통 이루어져
문 대통령ㆍ시진핑은 작년 12월 합의
남북이 6일 정상 간 ‘핫라인’ 설치에 합의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서로 언제든 통화할 수 있게 됐다. 남북의 최고 의사결정권자 간에 직접적인 상시 소통 채널을 확보한 것은 분단 이후 처음이다. 한반도의 군사적 우발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고 긴장완화를 위한 접촉면을 넓혀 남북관계가 급진전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핫라인은 말 그대로 직통전화다. 외교적으로 복잡한 절차를 거칠 것 없이 전화 한 통화로 국가 간 신속하게 의견을 주고받기 위한 수단이다. 정상 간 핫라인의 시발점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다. 당시 일촉즉발의 위기를 면한 미소 양국은 우발적 사고나 오해만으로도 3차 세계대전이 촉발될 수 있다는 데 공감해 이듬해 워싱턴과 모스크바를 연결하는 최초의 핫라인을 설치했다.
과거 남북은 1972년 7ㆍ4 공동성명 당시 중앙정보부와 조직지도부, 2000년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가정보원과 통일전선부 사이에 핫라인을 운영했지만 이번처럼 정상 간 직접 채널은 아니었다. 주변국을 보더라도,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한반도 4대 원칙’에 합의하고서야 핫라인 구축에 합의했다. 정상 간 핫라인은 국가 간 신뢰를 질적으로 높이기 위한 상징적이면서도 실질적인 조치인 셈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핫라인이 끊긴 이래 남북 간 소통은 주로 군 통신선을 통해 이뤄졌다. 서해지구 군 통신선은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 출입사무소(CIQ)에 6개 회선이 갖춰져 있다. 개성공단 통행지원과 우발적 충돌 방지라는 경제적, 군사적 용도로 각각 3회선을 운영해왔다. 전화기 2회선과 팩스 1회선으로 구성돼 음성통화나 문서를 주고 받을 때 쓰인다. 통행지원용 통신선은 2016년 2월, 충돌방지용 통신선은 2008년 5월부터 단절됐다가 올 1월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재개됐다. 군 당국은 강원도 고성 CIQ에도 3회선의 동해 군 통신선을 설치했지만 2010년 11월 산불로 소실된 상태다.
하지만 기존 통신선은 청와대가 지시를 내리고, 북측에 전하고, 다시 답신을 받아 보고하는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번거로움이 적지 않다. 반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에 핫라인이 개설될 경우 중간단계 없이 신속하고 편하게, 또 훨씬 빈번하게 남북 정상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정상 간 핫라인은 남북관계를 구조적으로 개선하고 긴장 수위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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