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겸업 장동신
왼 다리 잃고 시작한 휠체어 펜싱
亞게임 은메달·체전 6관왕 ‘1인자’
아내 배혜심씨와 ‘부부 검객’ 화제
2008년 빙판과 인연 맺고 구슬땀
“몸 성한 곳 없지만 목표는 금이죠”
에디 이건(미국)은 1920년 벨기에 안트베르펜 하계올림픽 복싱 라이트 헤비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1932년 미국 레이크플래시드 동계올림픽 4인승 봅슬레이에 출전해 시상대 맨 위에 섰다. 동ㆍ하계 올림픽에서 모두 금메달을 딴 유일한 선수다. 독일의 크리스타 루딩(59)은 1988년 2월 캐나다 캘거리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에 이어 7개월 후 서울 하계올림픽에 사이클 선수로 은메달을 땄다. 동ㆍ하계 올림픽에서 모두 메달을 거머쥔 최초의 여자 선수이고 같은 해 동ㆍ하계 올림픽에서 입상한 유일한 선수로 남아 있다.
오는 9일 개막하는 평창 동계패럴림픽의 한국 대표 중에도 여름과 겨울을 넘나드는 ‘재주꾼’들이 있다. 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수비수 장동신(42)은 그들 중 한 명이다.
그는 ‘휠체어 펜서’ 출신이다. 2000년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은 장동신은 재활 과정에서 휠체어 펜싱을 배웠다. 2002년 부산 장애인 아시안게임 사브르 은메달에 이어 장애인 전국 체전에서 2003년 6관왕, 2008년 5관왕을 차지하는 등 자타공인 1인자로 이름을 날렸다. 그의 아내인 배혜심(48)씨 역시 휠체어 펜서다. 배씨는 네 살 때 교통사고로 오른 다리를 잃은 뒤 2004년 펜싱을 시작하며 장동신을 만났고 2007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2014년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때는 장동신이 에페 단체전 은메달과 개인전 동메달, 배씨가 에페와 플뢰레 단체전 동메달을 따며 ‘부부 검객’으로 화제를 모았다.
장동신은 평소 그의 운동 능력을 눈 여겨 본 이영국 전 강원도청 감독 권유로 2008년부터 아이스하키 문을 두드렸다. 당시 펜싱에 실업 팀이 없어 강원도청 아이스하키 팀에 입단해 빙판과 피스트(펜싱 경기대)를 오가며 겸업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장애인 아이스하키는 슬레지(sledge)라 불리는 양 날이 달린 좌식 썰매를 타야 한다. 다른 선수들이 빙판을 누빌 때 장동신은 어린아이가 걸음마를 익히듯 스케이팅의 기본부터 혼자 연습했다. 아내 배씨는 “‘펜싱의 황태자가 밑바닥부터 긴다’며 수군거리는 반응도 있었지만 남편은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주말을 반납한 채 구슬땀을 흘린 덕에 스케이팅 실력이 몰라보게 늘었다.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슬레지를 타고 정해진 간격을 얼마에 주파하는지 겨루는 훈련을 하는데 장동신은 ‘빙판의 메시’로 유명한 정승환(32) 바로 다음 가는 스피드를 자랑한다.
장동신은 수비수지만 고비 때마다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터뜨리는 ‘승부사’ 기질을 지녔다. 한국이 2014 소치 동계패럴림픽 7ㆍ8위전에서 스웨덴과 맞붙어 2-0으로 이길 때 선제골의 주인공이 장동신이었다. 지난 해 4월 강릉 세계선수권 때는 세계랭킹 4위 노르웨이를 맞아 종료 1분50초를 남기고 그가 짜릿한 결승골을 작렬해 2-1 승리를 이끌었고 한국은 결국 동메달을 땄다.
한국에서 열리는 동계패럴림픽에서 사상 첫 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로 장동신은 최근 2년 동안 검을 내려놓고 아이스하키에만 매진했다. 배씨는 “어깨부터 팔꿈치, 허리까지 성한 곳이 없지만 이를 악물며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아이스하키를 이번 대회 동메달 후보로 분류했다. 그러나 최강국인 러시아가 금지 약물 파동으로 출전하지 못해 내심 그 이상의 성적도 기대한다. 장동신은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라고 힘줘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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