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한 국방부 수사를 축소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 위기를 또다시 벗어났다. 비슷한 혐의를 받는 부하들이 대부분 구속된 것과 달리, 김 전 장관만 앞으로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6일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종전에 영장이 청구된 사실과 별개인 본건 범죄사실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고,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 내용을 볼 때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앞서 검찰이 청구한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날 오전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김 전 장관은 “지금까지 국가방위를 위한 제 본연의 소임을 충실히 이행해 왔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받고 있는 정치 관여ㆍ수사 축소 등의 혐의를 부인했다.
김 전 장관은 국방장관 재임 기간인 2013년과 2014년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을 수사하던 국방부 직속 조사본부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준 혐의(직권남용)를 받는다. “대선개입은 없었다”는 사전 지침을 수사당국에 내렸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2014년 7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재임 시에는 세월호 참사(2014년 4월)와 관련, 대통령 훈령에서 ‘국가안보실장이 국가위기상황의 종합 컨트롤타워’라는 내용을 무단으로 삭제한 혐의(공용서류손상 및 직권 남용)도 받는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은 이번 구속영장 기각으로 3개월만에 다시 구속의 위기를 벗어나게 됐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 11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을 지휘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됐으나, 구속적부심(구속영장 발부 후 피의자의 구속이 합당한 지 법원이 다시 판단하는 것)을 거쳐 같은 달 22일 석방됐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을 구속해 군의 정치 개입에 대한 수사의 속도를 더 높이려 했으나, 다시 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말았다. 검찰은 지난번 구속적부심을 통해 김 전 장관이 석방된 이후 보강 수사를 거쳐, 수사개입 및 훈령 무단 삭제 등 혐의를 추가했음에도 다시 그를 구속하는 데 실패했다.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개연성은 높지 않아, 김 전 장관은 앞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댓글 수사를 축소ㆍ은폐한 일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백낙종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김 전 장관의 부하들은 대거 구속된 상태다.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허 부장판사는 지난달 말 법원 인사에서 영장전담 판사로 임명됐다. 김 전 장관 구속영장 실질 심사는 허 부장판사가 맡은 첫 주요 사건이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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