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의 허망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욱한 것 반, 먼 미래를 계획한 것도 반의 이유로 한국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첫 우주인 이소연씨가 자신은 “우주인 배출 사업을 위한 도구였다”고 토로했다. 이런 내용은 최근 발간된 과학잡지 에피가 이씨와 가진 ‘한국인 최초 우주 비행 10주년 기념 인터뷰’에 실렸다. 이씨는 2008년 4월 러시아 소유즈 TMA-12호를 타고 한국인 최초로 열흘간 우주여행을 했다. 이후 미국에 정착, 지금은 미국에서 연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씨는 이 인터뷰에서 비행 당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원래 비행예정자였던 고산이 보안규정위반으로 탈락한 뒤 갑자기 투입되면서 짐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한국의 고질적 관료제가 한 몫 했다. 가령 옷이나 실험도구에 붙어있던 ‘과학기술부’를 떼어내고 ‘교육과학기술부’를 붙여야 했다. 당시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권교체가 된 뒤 부처 개편이 이뤄지면서 일어난 일이다. 이씨는 그 당시 지구와 교신할 때마다 “그거 다 뗐어? 확실히 다 붙였어?”라고 하던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했다. 곁에 있던 러시아, 미국 우주인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후속 우주인 사업이 없었다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자신이 뜻밖에 우주인으로 뽑혀 우주로 나가 있을 때만 해도 자기 이후에 후속 우주인 사업이 있을 것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없었다. 자신이 해본 우주 실험 중 계속 되었으면 하는 실험 몇 가지를 뽑아 이어나가길 제안했지만 정부 반응은 좋지 않았다. 이씨는 “과학 실험을 위해 우주인을 보낸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의지가 없었다”면서 “허탈했다”고 밝혔다. 모두가 도와준다고 해놓고 왜 이러느냐고 “따지고 싶을 정도”라고도 했다. 이씨는 ‘강대국도 하니까 우리도 하자’는 우주개발 대신 우리가 행복한 우주 강국이 되자고 당부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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