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77% “당해도 그냥 참았다”
지위 이용 ‘권력형 성폭력’ 원인
피해 고발해도 되레 따돌림 당해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 10명 중 8명은 직장상사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피해자 80% 가량은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 채 그냥 참았다.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미투(#Me Too)’에서도 확인되듯 직장 내 권력에 저항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한국노총이 6일 발표한 직장 내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 설문참여 조합원 714명 중 115명(16.1%)이 직접 성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성희롱 장면을 목격하거나 주변에 피해자가 있다고 답한 간접적 피해자는 91명(12.7%)이었다. 피해자의 88.7%(102명)는 여성이었으며, 주로 회식자리에서 성희롱이 발생했다는 응답이 159명(77.2%)으로 가장 많았다.
직ㆍ간접 피해자 중 76.7%(158명)는 성희롱이 발생해도 ‘그냥 참는다’고 답했다. 당사자에게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했다는 응답자는 31명(15%)에 불과했다. 이는 직장 내 성희롱 중 상당수가 지위를 이용한 권력형 성폭력이기 때문이다. 응답자들이 꼽은 성희롱 가해자 중엔 직장상사가 81.1%(167명ㆍ중복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는 같은 날 발표한 한국여성노동자회(한여노)의 조사와도 일치한다. 한여노가 지난해 전국 평등의전화 상담사례 중 직장 내 성희롱 관련 692건을 분석한 결과 가해자의 63.6%(421건)가 상사, 17.4%(115건)가 사장이었다.
지난해 발생한 한샘 사내 성폭력 사건처럼 피해자가 문제제기를 해도 2차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한여노 조사결과 직장에 성희롱 피해를 알린 359명 중 불리한 조치를 당했다고 답한 사람이 63.2%(227명)이었다.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린 뒤 도리어 ‘행실이 이상하다’며 비난 받거나 집단 따돌림을 받은 경우다.
김명숙 한국여성노동자회 정책국장은 “국내외 미투 운동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근로자들의 성희롱 상담은 5년 전에 비해 3배 정도 증가했다”며 “피해자들이 불이익 걱정 없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의 체계적인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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