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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권주자’ 안희정 정치인생 최대 위기…여당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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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권주자’ 안희정 정치인생 최대 위기…여당 패닉

입력
2018.03.06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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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최고위 소집 “출당ㆍ제명”

6ㆍ13지방선거 등 정치권 파장

한국당 “참 나쁜 사람” 즉각 공세

안희정 충남지사가 5일 오전 도청 문예회관에서 직원과의 대화 중 성범죄 피해자의 '미투'(# Me too) 운동을 장려하고 있다. 이날 안 지사의 공보비서는 한 방송에 나와 안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충남도 제공=연합뉴스
안희정 충남지사가 5일 오전 도청 문예회관에서 직원과의 대화 중 성범죄 피해자의 '미투'(# Me too) 운동을 장려하고 있다. 이날 안 지사의 공보비서는 한 방송에 나와 안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충남도 제공=연합뉴스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자신의 정무비서를 성폭행했다는 폭로가 터져나오면서 정치인생 최대의 위기에 몰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건의 여파가 6ㆍ13 지방선거는 물론 여권 전체로 미칠지 예의 주시하면서, 서둘러 안 지사에 대한 출당 및 제명 조치를 밟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5일 안 지사 정무비서가 JTBC에 출연해 안 지사로부터 4차례의 성폭행과 함께 수시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자 사실상 패닉 상태에 빠졌다. 보도 직후 즉각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한 추미애 대표는 1시간 정도 회의를 한 뒤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안 지사에 대한 뉴스 보도에 대해서 당 대표로서 피해자와 국민 여러분께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추 대표는 그러면서“당은 안 지사에 대해 출당 및 제명조치를 밟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뒤 질의응답 없이 서둘러 자리를 떴다. 김현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사실 관계는) 당에서 확인할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만장일치로 최고위 결정이 이뤄진 사실을 전했다. 민주당은 6일 당 윤리심판원을 소집하는 등 즉각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여권 관계자들은 안 지사의 성폭행 폭로에 마치 폭탄이라도 맞은 듯 할 말을 잊은 모습이었다. 안 지사가 평소 자기 관리에 엄격했을 것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데다 여권을 대표하는 차기 대선주자이기 때문이다.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은 물론 차기 총리로 기용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등 여권 내 기대가 컸다.

특히 민주당은 그간 미투 운동에 대한 적극 지지의사를 밝혀왔던 터라 충격이 더 컸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앞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백장미를 들고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 검사를 응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당내에 젠더폭력대책 태스크포스(TF)도 꾸렸다. 추 대표가 무관용 원칙에 따라 즉각적인 제명 조치를 밝힌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위가 높고 권력이 큰 사람일수록 더 신속하고 완전한 피해자 보호 및 지원, 더 철저한 조사 수사와 엄정한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며 “진실이 밝혀지고 필요한 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피해자와 함께 한다”고 밝혔다.

당 일각에서는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에 기울었던 판세에 영향을 줄지를 놓고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일부 감지 됐다. 이번 사건이 개인 문제에 가깝다는 점에서 여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사안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운동권 출신 386 세대를 대표하던 안 지사의 몰락이 전체 판세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혼재한 상황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즉각 공세에 나섰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피해자인 수행비서의 눈물의 폭로를 듣고 있자니 안 지사는 참 나쁜 사람”이라며 “치가떨린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안 지사의 성추행 의혹도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을 감싸듯 싸고 돌 것인지 민주당은 답해야 한다”고 민주당을 겨냥했다. 바른미래당은 “현역 단체장이자 여권의 유력 대선후보인 안 지사가 사퇴하고 수사에 응할 것인지가 미투운동의 성패를 결정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며 안 지사의 지사 직 사퇴를 촉구했다.

정치인생 최대 위기에 몰린 안 지사 측은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했다. JTBC 보도 이후 대부분 언론과의 접촉을 끊었다. 지난 대선 당시 안 지사 경선 캠프에 참여했던 핵심 관계자는 “참담한 심정이라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형사 고발을 예고한 만큼 당장 안 지사가 남은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상당했고, 실제 안 지사는 6일 새벽 1시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며 도지사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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