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와 국회의장실이 최근 실시한 개헌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제와 혼합형제 선호도가 팽팽히 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제는 국민 48%, 국회의원 42%가 지지했고, 국민이 대통령을 뽑고 국회가 총리를 선출하는 혼합형제는 국민 42%, 의원 42%가 찬성했다. 대통령 임기는 국민과 의원 80%가 4년 중임제를 지지했다. 헌법 전문에 부마항쟁, 5ㆍ18, 6ㆍ10, 촛불혁명 등 민주화운동을 추가하는데 대해선 ‘사회주의 개헌’이라는 자유한국당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 국민 70%가 찬성 의견을 보였다.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는 개헌 시기에 대해 국민 과반이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에 찬성했다. 연내 실시까지 포함하면 찬성 의견이 90%에 육박했다. 국민 대다수가 개헌을 미룰 수 없다는데 동의한 것이다.
이는 신년 여론조사 결과와 대체로 일치한다. 국민은 대통령 권한을 국회로 대폭 넘기는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지 않지만, 현행 대통령제를 압도적으로 지지하지도 않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적절히 분산한 4년 중임제가 대체적인 바람인 셈이다.
청와대는 3월 중순까지 국회 개헌안 발의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독자 개헌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소야대 구도에서 대통령 발의 개헌안의 국회 통과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국회가 개헌 작업을 주도하는 게 옳다. 연내 개헌이 무산되면 언제 다시 개헌을 추진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개헌은 대선 당시 여야 후보들의 공약이었던 만큼 정치권이 주도적으로 풀어야 할 책임이 있다.
마침 7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회동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줄곧 “보여 주기 쇼”라며 회담을 거부했던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참석한다. 외교안보 현안이 주요 의제지만, 국회 차원의 개헌안 마련과 개헌 시기에 대한 얘기도 자연스레 나올 것이다. 문 대통령의 개헌안 자문작업을 맡은 정해구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장은 최근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영수회담에서 4년 중임제가 대통령 권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야당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성의 있는 답변을 할 필요가 있다.
6월이든 10월이든 연내 개헌을 하려면 권력구조를 포함한 국회 차원의 개헌안이 속히 마련돼야 한다. 여야는 즉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개헌의 빗장을 풀기 바란다. 이 과정에서 선거 유불리나 주도권 잡기 경쟁이 아닌 국민 눈높이가 최우선 기준이 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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