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5일(현지시간)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그 동안의 성과를 평가하고 올해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2시간 동안 읽어 내려간 총 36쪽 업무보고서를 통해 리 총리는 중국 경제와 사회정책은 물론이고 홍콩ㆍ대만 문제와 외교분야 현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다음은 업무보고 주요내용.
◆경제분야
중국은 경제 성장률 목표로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6.9%)보다 다소 낮은 6.5%를 제시했다. 지난해 목표치와 동일한 수준이다. GDP대비 재정적자 목표는 지난해보다 0.4%포인트 낮은 2.6% 수준으로 책정했다. 경제성장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재정적자와 관련된 위험관리도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인프라 투자는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예산안에는 도로 공사에 1.8조위안, 수자원 공사에 1조 위안, 철도 공사에 7320억위안 등이 포함돼 있다.
◆강군몽, 국방비 증액
올해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8.1% 늘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증가 폭보다 1.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리 총리는 “중국의 국가 안보가 큰 변화를 겪고 있다”며 공군과 해군 방위력 확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기술과 장비 개선을 통해 군을 현대화하고 국경과 해안 및 영공 방어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익수호ㆍ외국인 투자개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보호무역주의 흐름에 맞서 중국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경제 세계화와와 자유무역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외국인 투자도 꾸준히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통신, 헬스케어, 교육, 신재생에너지 등 여러 분야에 시장 개방을 확대하고, 은행과 부동산 중개업 등에도 외국인 지분 상한선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홍콩ㆍ마카오ㆍ대만정책
리 총리는 홍콩ㆍ마카오ㆍ대만의 독립 및 분리주의 세력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경제 협력 강화 등 지원 계획을 밝혔다. 일명 당근과 채찍 전략이다. 홍콩ㆍ마카오 정책과 관련해선 특별행정구역이 국가 발전 계획과 통합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만에 대해선 “독립을 목적으로 한 모든 움직임과 계획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동시에 “대만 사람들이 중국 본토에서 중국인들과 똑같이 일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는 자치권에 대한 언급이 사라진 점에 주목하며 홍콩에 대해 중국이 강력한 압박을 예고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양회에 참석한 홍콩 기자들이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업무보고에서는 ‘홍콩인에 의한 홍콩 관리, 마카오인에 의한 마카오 관리, 고도 자치의 방침을 계속 전면적으로 관철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올해는 일국양제만 언급했기 때문이다.
◆민생 지원방안
리 총리는 “올해 개인과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이 8,000억 위안(약 136조6000억원) 규모로 감면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개인 소득 과세 기준이 높아지고, 이주 노동자들에게는 건강보험과 보험 서비스 접근 장벽을 낮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휴대전화 요금 인하 계획이 눈길을 끌었다. 리 총리는 올해 최소 30% 요금 인하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또 해외에서 공부한 자국민들이 귀국해 일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주택가격 폭등에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주택이 투기 대상이 아닌 거주지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고,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접근을 다양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투기를 규제하는 한편 일부 소도시의 재고를 줄이기 위해 힘쓸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빈곤탈출 역량 강화
중국은 오는 2021년까지 샤오캉(小康ㆍ전 국민의 의식주가 해결됨) 사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빈곤 비율을 낮추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리 총리는 올해 빈곤 정책 목표로 1,000만명을 빈곤에서 탈출시키고 280만명을 열악한 환경에서 이주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고령자와 장애인, 중증 환자 등 취약 집단에 대한 지원도 증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리 총리의 보고와 별도, 중국 정부는 시주석에 대한 임기제한을 철폐한 개헌안도 공개했다. 예상대로 이 개헌안에는 시 주석의 지도 사상을 담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헌법 서문에 담은 내용이 포함됐다. 마르크스 레닌주의, 마오쩌둥(毛澤東) 사상, 덩샤오핑(鄧小平) 이론 등 3개 대표론의 지도와 함께 ‘시진핑 사상’이 헌법에 나란히 수록됐다.
임기 제한을 규정한 제79조 3항도 바뀌었다. 기존 “국가주석과 부주석의 매회 임기는 전인대 회기와 같으며, 그 임기는 두 회기를 초과할 수 없다”는 대목에서 “두 회기를 초과할 수 없다"는 부분이 빠졌다. 이 같은 개헌안은 11일 전인대 투표를 통해 채택될 전망이다.
왕천(王晨)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은 79조와 관련된 개헌안에 대해 “각지에서 수많은 공산당원과 간부, 인민들이 (주석)임기 철폐를 호소했다”며 “국가주석도 국방위원장과 같이 임기 규정을 없애면 당 중심의 권위를 유지하고 국가 지도 체제를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