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학교 정식 개교
1년간 대안교육ㆍ진로 탐색
과정 마치면 소속 학교 복귀
“교육제도 구조 바뀌길 기대”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네.”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 하하허허홀. 이름부터 재미난 이곳에는 경쾌한 음악이 울려 퍼졌다. 밝은 표정의 학생들이 직접 쓴 가사로 노래를 하고, 춤을 추고, 또 조별로 나눠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발표했다. 자유학년제 오디세이학교의 입학식 풍경이다. 입학식하면 떠오르는 엄숙한 분위기는 온데간데 찾아볼 수 없었다. 1시간 동안 90명의 신입생들은 소그룹 활동과 토론을 거쳐 꾸민 행사 프로그램을 선생님과 부모님들에게 아낌없이 선보였다. 어른이 끼어든 건 교육기획부장 정병오 교사의 “학생들이 준비한 입학식”이라는 짧은 소개 멘트가 전부였다.
학생이 주인공인 특별한 입학 행사 곳곳에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는 청소년들의 바람이 듬뿍 담겨 있었다. 한 조는 서로 지원 동기와 목표를 나누다 보니 결국 이 학교를 택한 이유가 “나를 위한 발걸음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신입생 엄서진(17)양은 “학생 개인의 특성을 무시한 기존 학교 교육과 달리 꿈을 구체적으로 꿀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했다. 열정적으로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 ‘정(情)’도 얻어 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디세이학교는 덴마크 교육 형태인 ‘에프터스콜레’에서 따왔다. 이들에게는 1년 동안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벗어나 차분하게 진로와 미래를 설계할 기회가 주어진다. 공교육 울타리 안에서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 셈이다. 원래 2015년부터 3년간 서울시교육청이 시범 사업으로 운영했으나 올해 ‘각종 학교’로 정식 개교했다. 일반 학교와 시설은 비슷하게 갖추되 예술, 기술 등 고교 교육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분야를 배우는 시스템이다. 과정을 마치면 학생들은 소속 학교 2학년으로 복귀한다. 학교 관계자는 “공식 학교로 인정받게 돼 지속적인 운영 근거와 발전 가능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이 학교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자율’과 ‘자치’이다. 공통ㆍ선택으로 나뉜 교육과정 모두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뼈대로 한다.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힘을 기르는 프로젝트 수업, 직접 사회생활을 해보며 적성을 찾는 인턴십,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한 시민참여 등 다양한 과정을 통해 공교육의 다양성을 실험한다. 배우는 장소도 정해져 있지 않다. 학생들은 발품을 팔아 옛 초등학교 건물과 도서관, 혁신파크 등을 찾아 다니며 원하는 수업을 듣는다.
학생ㆍ학부모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3기 학생들이 지난달 덴마크를 방문해 애프터스콜레 과정에 참가한 뒤 느낀 점을 모아 펴낸 문집에서 한 학생은 “덴마크의 행복 교육을 온 몸으로 체감했다”며 “지난 1년은 내게 행복을 찾기 위한 준비 길이었다”고 말했다. 입학식에 참석한 학부모 장선환(48)씨는 “입시, 취업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은 우리 성장 환경에서 오디세이학교의 장점이 전파돼 교육제도의 틀을 서서히 바꿔갔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시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교육 내용을 보다 체계적으로 만들고 국내ㆍ외 전환교육 과정과 교류를 활성화해 공교육의 새로운 혁신모델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이우진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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