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부터 등급제 단계적 폐지
종합판정도구 개발해 서비스 적용
콜 택시ㆍ주차 공간 등 이용 늘 듯
일각선 예산 부족 실효성 의문 제기
뇌병변장애 4급인 A씨는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렵지만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신청 자격이 1~3급으로 제한돼 있어 신청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런 A씨는 내년 7월부터 장애등급에 관련 없이 활동지원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종합적 욕구 조사’에서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아야 할 필요성만 입증하면 된다.
휠체어를 타는 지체장애 3급인 B씨는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고 싶어도 이용대상이 1~2급으로 한정된 탓에 이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2020년부터는 ‘장애인콜택시가 필요한 장애인’이라는 판정을 받으면 B씨도 장애인콜택시를 탈 수 있게 된다.
정부는 5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을 심의, 확정했다.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하는 범정부 계획이다.
이번 종합대책에는 장애인의 욕구와 환경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 지원을 위해 2019년 7월부터 장애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방안이 담겼다. 지금까지는 장애 등급(1~6등급)이라는 일률적 잣대로 복지 서비스 제공 여부를 판단해 장애인들의 불만이 컸다.
복지부는 앞으로 장애 등급 대신 ‘종합판정도구’를 개발한 뒤 장애인의 욕구와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복지서비스를 등급에 상관 없이 연계한다. 내년 7월에는 활동지원과 보조기기 지급, 거주시설 입소자격 부여와 관련해 장애 등급을 폐지하고, 2020년에는 장애인 전용 콜택시와 주차구역 이용 등에서 장애 등급을 폐지한다. 2022년에는 장애인연금 지급과 장애인 의무고용대상 선정에서 등급제를 없앨 계획이다.
일각에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령 지금도 평균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장애인 전용 콜택시를 탈 수 있는 대상자가 등급제 폐지로 크게 늘어날 경우, 현재처럼 예산을 이유로 충분한 증차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기 시간만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경석 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상임대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해 쉽지 않은 장애인연금 지급대상 확대는 대통령 임기 말인 2022년에나 하겠다고 발표해 현실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밖에도 장애인의 탈 시설화를 돕기 위해 ‘탈시설 지원센터’를 내년에는 중앙에, 2020년부터는 각 시도에 단계적으로 설치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시설을 나온 장애인을 돕기 위해 내년부터 매년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자립정착금도 준다.
중증장애아동의 집중적 재활 치료를 위한 권역별 ‘공공어린이 재활의료기관’의 설립에 올해부터 착수하고, ‘장애인 건강주치의제’의 시범 사업을 연내 실시한다. 장애인 건강검진 기관은 올해 10개소에서 2021년까지 100개소로 확대한다. 그 밖에 ▦장애인 특수학교 22개교 확충 ▦장애인 통합문화이용권 지원금 연 7만원에서 연 10만원으로 인상 ▦저상버스 보급률을 현재 19%에서 2021년까지 42%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 종합대책에 담겼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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