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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스마트폰 혁신은 더디고 소비자는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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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스마트폰 혁신은 더디고 소비자는 달라졌다

입력
2018.03.05 14: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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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몬주익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18'에서 갤럭시S9이 처음 공개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몬주익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18'에서 갤럭시S9이 처음 공개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지금도 잘 쓰고 있는데 귀찮게 뭐 하러 바꾸나.” 출시된 지 2년이 넘었고 액정표시장치(LCD) 귀퉁이가 깨진 스마트폰을 쓰는 한 선배는 “최신 폰으로 갈아타시라”고 할 때마다 이렇게 응수한다. “전화 잘 되고 문자메시지나 카톡 문제 없고 인터넷 사용도 불편이 없는데 굳이 돈 쓸 필요 없다”는 이유다.

주변에 이런 사람들 은근히 많다. 매년 새로운 기능을 갖춘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자태를 뽐내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 자신이 어떤 기능을 주로 쓰는지 정확히 파악하는데다 신제품이라도 몇 번 사용하면 금방 식상해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달았다. 제조사들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강조하지만 그만큼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도 잘 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삼성전자가 발표한 갤럭시S9에 대해 “카메라 빼고는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하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디자인이 지난해 나온 갤럭시S8와 큰 차이가 없다. 기본 메모리도 갤럭시S8나 갤럭시S9이나 64기가바이트(GB)이고, 속도와 관련 있는 램(RAM) 역시 4GB(플러스 모델은 6GB)로 똑같다. 중요한 성능 중 하나인 배터리 용량도 모두 3,000㎃h(플러스는 3,500㎃h)로 변함이 없다.

그나마 64GB 메모리 갤럭시S9은 출고가가 95만7,000원으로, 갤럭시S8(93만5,000원)보다 아주 비싸지진 않았다. 지난해 말 애플은 아이폰 10주년 기념작 아이폰X(텐) 64GB 모델을 무려 142만원에 내놓았다. 안면인식 이외에 이렇다 할 혁신이 없다고 평가된 아이폰X은 판매 부진으로 조기 단종설에 시달린다. 삼성 스마트폰에 맞서기 위해 매년 상하반기 각각 G와 V시리즈를 선보인 LG전자가 올 상반기는 건너 뛰고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도 가중된 혁신의 부담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2007년 1월 등장한 아이폰은 응용소프트웨어(앱)를 내려 받아 스마트폰의 기능을 무한대로 확장한 진정한 혁신이었다. 이후 스마트폰의 디자인과 성능은 계속 발전했지만 한 손으로 잡아야 한다는 물리적 한계 속에서 진화는 정점에 가까워졌다.

앞으로 나올 폴더블이나 롤러블 스마트폰도 반짝 관심은 받겠지만 주류로 자리잡기는 어려울 수 있다. 엄청 뛸 가격도 가격이지만 화면을 열거나 펴야 하는 번거로움은 또 다른 문제다.

LG전자가 지난해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V30을 업그레이해 내놓은 V30S 씽큐(위)와 아이폰 10주년 기념작 아이폰X. 각 사 제공
LG전자가 지난해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V30을 업그레이해 내놓은 V30S 씽큐(위)와 아이폰 10주년 기념작 아이폰X. 각 사 제공

기술의 진화가 정체되면 다음 수순은 상향 평준화다. 추격자들에겐 기회이나 선두권 기업에는 위기다. 과거 세계 1위 일본 TV 기업들도 삼성전자에 덜미를 잡혔고, LCD는 중국이 이제 우리를 넘어서려 한다.

스마트폰은 이미 상향 평준화에 접어들었다. 제조사는 달라도 전면 베젤(테두리)을 최소화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와 후면 듀얼 카메라, 홍채ㆍ안면인식, 음성인식 인공지능(AI), 무선충전, 방수ㆍ방진 등 요즘 스마트폰이 담아내는 기능은 대동소이하다. 여기에 중국 화웨이는 곧 렌즈 3개로 이뤄진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최초로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이나 애플보다 먼저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스마트폰 상용화에 뛰어든 것도 샤오미와 비보 같은 중국 후발주자들이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조사한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2016년 4분기보다 5.6% 줄어든 4억800만대였다. 2004년 이후 첫 역성장이다. 가트너 책임연구원 안술 굽타는 “교체 주기가 길어졌고 신제품 기능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매출 둔화로 이어졌다”고 풀이했다.

지금 쓰는 스마트폰이 충분한 기능을 갖췄다고 판단하면 소비자는 신상에 대한 구매욕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익숙한 편안함을 포기하고, 그 많은 사진과 자료 등을 옮기면서까지 새로운 폰을 갖고 싶은 것은 그만한 가치가 보장될 때나 가능하다. 먹고 살기 힘들어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을 여유가 없는 사람도 많다. 스마트폰 글로벌 1위를 놓고 격돌한 삼성과 애플의 라이벌은 이제 서로가 아니라 “이 정도도 충분하다”는 소비자다. 스마트폰 진화는 정체됐지만 소비자는 똑똑해졌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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