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박경일 교수팀, 1만2,785명 조사결과
골밀도가 낮을수록 뇌동맥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골밀도와 뇌동맥류 간의 연관성을 밝혀낸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뇌혈관은 다른 혈관보다 근육층이 얇고 결함이 잘 생긴다. 혈관벽이 약해지면 꽈리모양처럼 서서히 부풀어 오른다(뇌동맥류). 대부분 증상이 없지만 부풀어 오른 혈관이 결국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지면 40% 정도가 사망한다. 이것이 바로 ‘머릿속의 시한폭탄’이라 불리는 ‘뇌동맥류 파열’이다. 뇌동맥류의 가장 잘 알려진 위험인자는 고혈압과 흡연이다. 가족력이나 다낭성 콩팥 같은 유전질환이 있어도 발생위험이 높다.
박경일(강남센터 신경과) 정근화(신경과) 서울대병원 교수팀은 2004~2015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서 뇌 자기공명영상(MRI)와 골밀도 검사를 한 성인 1만2,785명의 건강검진결과를 분석한 결과, 골밀도가 낮을수록 뇌동맥류 가능성이 높고, 뇌동맥류 크기와 개수도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적으로 저명한 학술지(‘미국의사협회지 신경학(JAMA Neurology)’)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전체 연구 대상자 중 3.7%(427명)에서 뇌동맥류가 발견됐는데 이를 골밀도 측정수치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눠 비교했을 때 골밀도가 가장 낮은 그룹은 골밀도가 가장 높은 그룹보다 뇌동맥류를 갖고 있을 확률이 1.3배 높았다.
특히 이런 경향은 폐경 여성, 골밀도가 낮은 50세 이상 남성에서 두드러졌다. 연구대상 중 골밀도 저하위험군인 폐경 여성 또는 50세 이상 남성 8722명 중 398(4.6%)에서 뇌동맥류가 발견됐는데 골감소증이나 골다공증이 있는 경우 뇌동맥류 크기도 더 크고 개수도 여러 개일 가능성이 전체 그룹보다 1.8배 높았다.
박 교수는 “뼈와 뇌동맥벽에 콜라겐 같은 성분이 공통적으로 분포하며 이러한 성분 손상이 골다공증과 뇌동맥류 발생에 모두 관여한다는 점에 착안, 두 질환 간의 연관성을 밝혀냈다”고 했다.
그는 “뇌동맥류는 뇌출혈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질환이지만 조기 발견하면 파열위험도를 평가해 시술이나 수술로 이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뇌동맥류 가족력 등 기존에 알려진 뇌동맥류 위험요인을 갖고 있거나 갱년기 후 골밀도가 낮은 여성과 중년 이상의 골밀도가 낮은 남성은 뇌동맥류 조기 발견을 위해 뇌 MRA를 촬영하는 게 좋다.
정 교수는 “뼈 건강 측정을 통한 뇌동맥류 발생 메커니즘의 이해는 동맥류 발생과 파열위험도 예측 가능하게 하고 새로운 뇌동맥류 치료의 실마리를 밝히는 연구로도 발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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