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팩트파인더]프랜차이즈 물품 공급단가 공개…“영업비밀ㆍ점주 피해” 근거 없어

입력
2018.03.05 04:40
19면
0 0

협회 주장 설득력 떨어져

가맹점도 손해 없다는 입장

김상조 공정위원장(가운데)이 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42회 프랜차이즈 서울' 박람회에 참석해 김가네 부스에서 김밥으로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조 공정위원장(가운데)이 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42회 프랜차이즈 서울' 박람회에 참석해 김가네 부스에서 김밥으로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프랜차이즈 본사가 브랜드 통일성과 품질 유지를 위해 가맹점에 구입을 강제하는 ‘필수물품’의 정보공개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본사 측이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양측 모두 가맹점주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치열한 논리싸움을 펼치고 있는 형국이다.

4일 공정거래위원회, 프랜차이즈업계 등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가맹법 시행령 개정안은 본사가 가맹점에 넘기는 필수물품의 품목별 공급단가(평균)를 정보공개서에 기재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필수물품에 마진을 붙여 폭리를 취하는 본사는 예비 가맹점주의 외면을 받도록 해 이 같은 ‘갑질’을 억제하자는 취지라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이에 본사 이익단체인 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가맹점의 원가이자 영업비밀인 필수물품 공급가가 노출되면 오히려 점주가 피해를 본다”고 반박하고 있다. 예컨대 가맹점이 본사에서 원두나 치즈를 얼마에 사오는지가 공개되면 소비자들이 이를 커피ㆍ피자값과 비교하며 “너무 비싸게 판다”고 오해한다는 것. 그야말로 ‘선의(善意)의 악법’이 될 것이란 논리인 셈이다.

그렇다면 당사자인 가맹점주 의견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필수물품 공급가가 공개된다고 해서 가맹점 손해는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먼저 점주들은 ‘필수물품 공급가=원가’라는 협회 주장을 반박한다. 피자 프랜차이즈 점주 A씨는 “치즈, 도우(빵), 소스 등 (필수물품으로 공급되는) 중간재의 값이 알려진다고 해서 이를 토대로 일반인이 최종재인 피자의 원가를 추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피자에 들어가는 재료의 양과 가열 온도ㆍ시간 등을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완제품인 피클, 콜라에서나 가맹점 마진을 추정할 수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의 원가 오인에 따른 부작용보다 필수물품 가격공개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훨씬 더 크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커피 프랜차이즈 점주 B씨는 “과거에도 ‘수백 원에 불과한 커피 원두를 갖고 한잔당 4,000~5,000원을 받는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그에 따른 가맹점 피해는 불분명했다”며 “반면 본사 공급가격이 공개되면 어느 본사가 과도한 마진을 취하는지 여부가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죽 프랜차이즈 점주 C씨도 “지금도 손님들이 비싸다고 항의하면 ‘죽 한 그릇(1만원) 팔면 재료비(원가) 5,400원 빠지고, 나머지 4,600원에서 카드수수료(2.5%), 임대료, 관리비, 인건비 빼고 1,500원 떨어진다’고 숨김없이 공개한다”며 “본사가 쇼핑백이나 각종 용기까지 필수물품으로 지정해 고가에 파는 통에 원가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게 문제지, 가맹점 원가 공개 자체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고 말했다.

필수물품 공급가격이 영업비밀이기에 공개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협회 측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맹거래사는 “지금도 가맹점주의 포스기(POSㆍ점포판매시스템)에서 공급가격은 대부분 확인할 수 있다”며 “영업비밀은 원재료 가격이 아니라 이를 조합하는 방법”이라고 반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본사 측에 최초 필수물품 매입단가를 공개하라고 하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본사가 가맹점에 판매하는 공급가격이 어떻게 영업비밀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논쟁과 별개로 필수물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위가 택한 정책 수단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가맹법의 초안 작업에 참여한 김영균 대진대 교수는 “필수물품 문제는 가격공개 등의 직접 규제보다는, 미국처럼 가맹점주 단체의 협상력을 높여주고 본사와 자율적으로 풀어갈 수 있도록 하는 접근법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가맹점이 단체 구성 시 공정위가 신고증을 부여하고 본사가 가맹점 단체의 협의 요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맹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